주심교회/목회자 칼럼

122. 그리운 얼굴

하마사 2020. 3. 20. 16:11

    오늘은 사순절 넷째 주일입니다. 사순절은 40일 동안 예수님의 고난을 묵상하며 경건하게 지내다가 부활절을 맞이하는 기간입니다. 올해 사순절은 특별합니다.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사순절 첫 주일부터 교회에서가 아닌 가정에서 영상예배를 드리고 있습니다.

영상예배의 장점도 있습니다. 교회에서 예배드리지 못하는 분들이 영상으로 예배드릴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이번 사태처럼 교회에서 모이지 못할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때 유튜브나 카카오TV를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었고, 영상에 익숙하지 않은 제가 서서히 적응해가고 있는 점입니다.

이런 장점이 있는 반면에 가장 큰 약점은 그리운 얼굴을 만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바울 사도가 로마 옥에서 쓴 옥중서신 중에 빌립보교회에 보낸 편지에서 내가 예수 그리스도의 심장으로 너희 무리를 얼마나 사모하는지 하나님이 내 증인이시니라.”(1:8) 고백했습니다. 보고 싶은 성도들을 만나지 못하는 아쉬움이 편지에 묻어나듯이 저도 그런 마음이 생깁니다.

며칠 전 길거리에서 어떤 권사님을 우연히 만났습니다. 삼 주간이나 못 보았으니 너무나 반가웠습니다. 마치 이산가족을 만난 듯 기뻤습니다. 서로 건강에 유의하라고 당부하며 헤어졌는데, 언제 다시 교회에서 만날지 그날이 기다려졌습니다. 지금은 스스로 격리하는 것이 미덕이 되어버렸습니다. 사람은 더불어 살아야 하는데, 일부러 거리 두기를 해야 할 형편이니 코로나가 야속하기만 합니다.

요즘은 주일이 쓸쓸합니다. 함께 예배드리고 식사하며 교제하던 일이 옛날처럼 그리워집니다. 이런 시간에 익숙하지 않기를 바라지만 슬프게도 서서히 자연스러워지고 있습니다. 성도들이 없고 건물만 존재하는 교회는 교회가 아닙니다. 예수님을 구주로 고백하는 성도들의 모임이 교회입니다. 교회건물이 없어도 성도가 모이면 그곳이 교회입니다. 가정에서 모이면 그곳이 가정교회입니다. 예배 장소보다 어떤 마음과 모습으로 모이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사순절 기간 동안 그리운 얼굴을 그리워하면서 서로의 소중함을 깨닫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우리를 위해 이 땅에 오셔서 고난 당하신 예수님을 더욱 그리워하는 복된 사순절 기간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