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노출/삶자락이야기

목사의 고민

하마사 2017. 11. 6. 00:21

주심교회를 개척하고 모르던 첫손님이 찾아왔다.

전에 섬기던 교회 교인이나 가족, 친척, 친구 등 주로 아는 분들이 방문했는데, 일전에 건빵을 팔러온 사람이 있었다.

자신을 목사라고 소개하며 무적자 선교를 한다고 소개했다.

일단 교회 안으로 들어오라고 하여 대화를 나누는 중에 그분의 신분이 목사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목사는 신학교와 입학연도나 졸업연도를 물으면 대충 알 수 있다.

물론 무인가신학교나 군소교단의 신학교는 예외일 수 있지만.

목사가 아닌데 선교를 한다며 건빵을 팔아달라고 했다.

개척 후 첫손님이라 속아주고 팔아주었다.

마음이 찜찜했다.

교회간판을 보고 온 사람인데 앞으로 이런 사람이 오면 어떻게 대처할까?

계속 속으면서 물건을 팔아주어야 할까?

아니면 어디까지 한계를 정할까?

고민이 되었다.

어제 또 한 분이 찾아왔다.

어떤 권사님과 대화 중에 교회 문을 노크하여 나갔더니 전도사라고 하면서 책을 팔아달라는 것이다.

대화 중이라고 하자 잠시면 된다면서 재차 불러내었다.

출판사와 제목을 보니 읽을 만한 책도 아니었다.

결국은 차비가 부족하다며 돈을 요구했다.

지난번에 다녀간 사람에게는 건빵을 사주었는데 이번에도 책을 사주어야 하나?

대화 중이라 양해를 구하고 개척교회 목사라고 하며 돌려보냈다.

한편으로는 그냥 돌려보내는 모습을 보고 대화 중이던 권사님이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마음도 들었다.

권사님은 저런 사람이 너무 많다며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교회 간판을 보고 도움을 청하러 오는 분들 모두를 도와줄지 아니면 어떤 기준을 정하고 도와주어야 할지?

그들 중에 뻔뻔한 거짓말을 하는 사람도 있는데.

목사이면 당연히 도와야 하는 건지.

돕지 않으면 사랑이 없는 목사인지?

앞으로 이런 일들을 많이 겪어야 할 텐데...

고민이다.

원치 않는 전화를 받을 때도 그렇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물품을 주문하고 할인쿠폰을 받는다고 신청했다가 보험회사에서 여러 번의 전화를 받기도 했다.

바쁠 때 보험가입을 요청하는 전화를 받을 때면 짜증나기도 했다.

전혀 관심이 없는데 자꾸만 전화하여 보험을 소개하며 권유할 때 목사답지 않게 퉁명스럽게 짜증 섞인 목소리로 응대한다.

상대가 목사라는 신분을 모를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목사라는 신분을 알아도 관계는 없지만 말이다.

이럴 때도 목사는 계속 친절하게 전화응대를 해야 하고, 거짓을 알면서도 도와주어야 하는지?

목사가 아니면 고민하지도 않아도 될 일을 고민한다.

목사를 사칭하거나 신앙인을 사칭하면서 신앙인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사람이 없으면 좋겠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목사에게 도움을 청하면 일반인들보다 도와줄 확률이 높다고 생각하여 목사나 신앙인 행세를 하면서 도움을 청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위로를 받기도 했다.

목사는 정말 고민거리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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