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노출/삶자락이야기

자동차 정비사업소에서

하마사 2017. 8. 7. 14:59

휴가 첫째날이다.

시골로 가려했으나 인테리어공사가 시작되어 내일 아침 미팅을 하고 떠나기로 했다.

하루 집에서 이사를 준비하며 짐정리를 했다.

버릴 것은 버려야 한다.

아내는 과감히 버리자고 하지만 난 잘 버리지 못한다.

어머님을 닮은 듯 하다.

아버님과 어머님은 물건 버리는 문제로 의견이 갈린다.

어머님은 쓰던 물건을 버리지 못해 창고에 짐이 늘어간다.

이사하려면 과감히 버려야 한다.

집도 좁아지고 수납공간도 부족하여 불필요한 물건은 버려야 한다.

책도 버려야 한다.

실제로 필요한 책만 보관하자는 아내와 과거에 읽었던 책들도 함께 가져가자고 맞선다.

버리기를 싫어하는 나같은 사람에게는 이사가 필요하다.

버릴 것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가 되니 말이다.

엔진오일 교환을 위해 정비사업소에 왔는데 대기자가 너무 많다.

짬이 생겨 글을 쓴다.

사용한 엔진오일을 버리고 새로운 오일로 교체하듯 사람도 변화가 필요하다.

버릴 것은 과감히 버려야 한다.

자동차가 고장나거나 점검이 필요할 때 정비사업소에 오듯이 인생의 정비사업소가 있어야 한다.

엔진오일을 5천 킬로미터 주기로 교체하듯이 정기적으로 삶의 점검과 교체가 필요하다.

사용하지 않으면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물건을 정리하듯 이번 기회에 과감히 버리고 가자.

휴가 때 마음을 비우고 서울을 훌쩍 떠나 자연속으로 가련다.

자연은 순리대로 비운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변신을 한다.

버릴 것은 과감히 버린다.

때로는 잎도 떨구고 열매도 버린다.

미련없이 버린다.

버려야 새로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 수 있기 때문이다.

베란다 수납장에 쌓여있던 물건들을 분리수거하는 곳에 버렸다.

이사하기 전에 버릴 것을 더 버리고 떠날 것이다.

인생의 종착점에서 누구나 이사를 해야한다.

영원한 이사짐을 싸야한다.

그 때는 무엇이 필요할까?

아무것도 챙길 것이 없고 오직 믿음만 있으면 된다.

이삿짐 중에 믿음 유무로 천국과 지옥 둘 중에 한 곳이 결정된다.

이사를 하면서 버려야 할 것과 꼭 필요한 것을 챙기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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