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노출/삶자락이야기

시원한 사무실에서

하마사 2017. 7. 23. 15:06

오늘 비가 많이 내려 교회로비가 혼잡했다.

가물 때를 생각하면 감사하지만 이제는 비가 그쳤으면 한다.

사람의 마음이 이렇다.

‘곡간에서 인심난다’는 말이 있다.

곡간이 풍성하면 인심이 좋아지고, 곡간이 비면 마음마저 옹졸해진다.

교회는 반대여야 한다.

세상곡간이 빌 때 교회곡간은 열려야 한다.

그만큼 어려운 사람이 생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인들의 헌금으로 운영되는 교회곡간 역시 경기를 타기 마련이다.

믿음의 수준은 헌금과 관련이 있다.

부유한 사람도 믿음이 없으면 작은 헌금조차 할 수 없다.

반대로 어려운 생활형편에도 믿음이 있으면 힘에 넘치게 헌금을 한다.

이런 분들을 위해서 교회예산은 바르게 사용되어야 하고 투명하게 관리되어야 한다.

성도들의 헌금내역을 모르는 것이 좋다.

알고 나면 시험이 든다.

또한 헌금으로 사람을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차라리 모르고 사람을 대하는 것이 편하다.

주일예배를 마치고 집에서 쉴 수 있는 짬이 있지만 교회에 있으면서 이 글을 시작했다.

비가 내린 후 습도가 높아 몸이 찌뿌둥해서다.

집보다 사무실이 시원하다.

오고가는 시간도 그렇고 제대로 쉴 수 없기에 차라리 교회에서 있는 것이 더 좋다.

혼자 있으면 에어컨 사용이 부담되지만 다른 목사님들도 계시니 마음이 가볍다.

요즘에 사임을 생각하고 있으니 마음이 떠있다.

교회에 알렸으니 새로운 일거리도 없고, 조만간 교구도 맡지 않으면 이곳에서의 시간이 이전과는 달라질 것이다.

가능한 말하지 않고 지내려 한다.

사임할 사람이 말을 한들 바르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주어진 시간까지 맡은 일을 조용히 감당하다 떠나고 싶다.

지나온 시간을 돌이켜보며 부질없는 생각에 잠길 때가 있다.

왜 그토록 앞장서서 행동했을까?

교회를 위한 일이었는지?

사람을 위한 일이었는지?

아니면 나를 위한 일이었는지?

결국 남는 것은 하나님과 교회를 위해 생각하고 행동했던 진정성일 것이다.

교인들은 어떻게 평가할까?

사람을 위해 했던 일은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나를 위해 했던 일은 부끄러움으로 남는다.

사람은 자기 이익이 우선이다.

말 바꾸기도 쉽게 한다.

교회를 위하는 것처럼 하면서 자기를 챙긴다.

목사인 내가 그러니 다른 사람도 비슷하지 않을까?

주변에 그런 사람들이 보일 때 소급적용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상쾌하고 긍정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생각을 해야 하는데...

과거를 돌아보면 우울해진다.

시원한 사무실에서 텁텁한 생각을 하고 있으니 오늘 날씨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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