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이럴 때 예수님이라면…' 생각하며 사시길"'
"기독교 신자들이 신앙과 일상에 괴리가 있다는 말이 있죠. 예배와 기도, 성경 읽기 열심히 하면서 막상 일상에서는 불쑥 말하고 행동하고 결정하는 등 믿지 않는 사람과 다를 바 없다는 거죠. 이 괴리를 '영성일기'를 통해 극복할 수 있습니다."
경기 성남 선한목자교회 유기성(60) 목사는 '영성일기' 운동으로 유명하다. '영성일기'는 신자들이 하루 24시간 동안 얼마나 예수님을 생각하고 예수님과 함께했는지를 체크해 일기로 기록하는 것. '이럴 때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실까'를 끊임없이 물으면서 사는 삶이다.
유 목사는 영성일기 운동을 5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펼치고 있다. 2012년 발간돼 6만3000여 권이 판매된 '영성일기'(규장)가 시작이다. 반응은 뜨겁다. 현재 휴대전화 앱으로 '영성일기'에 동참하는 이는 교회 안에 4000명, 교회 밖에 6만4000명에 이른다. 한 달에 1000여 명씩 새 회원이 늘고 있다. 세계 83국 교포들도 참여한다. 개신교계에 제자 훈련, QT(quiet time·경건의 시간) 등은 알려졌어도 영성일기는 새로운 신행(信行) 풍경이다.
사실 '기록'은 쉽지 않다. 습관이 필요하다. 유 목사는 "고혈압이나 당뇨가 있으면 항상 혈압과 당을 체크하지요? 스스로에게 필요하고 좋은 일이라고 자각하면 일기도 쓸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목회 현장에서 영성일기의 효과를 톡톡히 경험하고 있다. 교회 주차장 증설 포기가 한 예다. 몇년 전 교회 주차장 증설 건축 허가, 환경 영향 평가까지 마쳤다. 그런데 유 목사와 장로들은 기도하던 중 계획을 백지화했다. "'예수님이라면 이럴 때 어떻게 하실까'를 생각했죠. 그러자 답은 주차장 대신 교회 분립(分立)이었습니다." 변화가 시작됐다. 성도들에겐 예배 때 자가용 이용 자제를 권하고, 주차장은 처음 오는 이에게 양보하기로 했다. 신자 수는 5000명(현재 8000명 출석) 선에서 맞추기로 했다.
교회에서 직분을 맡기 위해선 1년 동안 선한목자교회가 지원하는 성남 지역 내 형제 교회나 개척 교회에 출석하도록 했다. 형제 교회들은 지역 특성에 맞게 점심 봉사, 노숙인과 어르신 돌보기, 어린이 도서관 등 활동을 특화한 곳들이다. 유 목사는 또 올해부터 신자가 가장 많이 출석하는 주일 11시 3부 예배 설교를 부목사들에게 맡겼다. 5년 후 조기 퇴임에 앞서 미리 준비하는 것이다. 모두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일이다. 올 초 노숙인이 동사(凍死)한 사건이 있었을 때에도 유 목사는 '예수님이라면…'을 생각했다. 그 결과 올겨울이 오기 전에 시설 생활을 거부하는 노숙인을 위한 쉼터를 만들 계획이다.
'영성일기 운동'에 이르기까지 유 목사는 영성적으로 크게 두 번의 고비 혹은 전기(轉機)를 겪었다. 할아버지, 아버지 모두 목회자인 집안의 장남이었던 그는 큰 고민 없이 진로를 정했다. 감리교신학대를 졸업하고 군목(軍牧) 장교 후보생 훈련 중 첫 번째 시련이 왔다. 고관절이 골절되는 중상을 당한 것. "평생 장애인으로 살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절망의 하룻밤을 보낸 그는 "모범생이었지만 정작 하나님을 제대로 믿지 않았다"는 자각이 들었고 "낫게 해달라"던 기도를 "다리를 바치겠다"로 바꿨다. "1984년 4월 24일 제가 진정으로 회심한 날입니다."
또 다른 고비는 2007~2008년 건강을 상했을 때다. 제주도에서 요양하면서 고통 가운데 '설교와 삶 사이의 틈을 작게 여기지 말라'는 하나님 말씀을 들었다. 그때 든 생각이 '24시간 예수님을 바라볼 수 있다면'이었다. 미국 프랭크 루박(Laubach·1884~1970) 선교사가 1930년대 필리핀 선교 중 썼던 일기가 떠올랐다. 유 목사는 영성일기를 써보기로 했다. 한 달을 써보니 스스로의 삶이 바뀌는 것이 느껴졌다. 교회로 복귀해 목요일 새벽 기도 모임의 남자 신도들에게 권했다. 이내 교회 전체로 확산됐고, 포털 사이트 카페를 거쳐 스마트폰 앱까지 진화한 것이다.
유기성 목사는 "항상 하나님이 나와 함께 계시다는 것을 의식하고 살면 과거와는 다른 결정을 하고 다른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2017/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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