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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경화 앓는 이재근 선교사

하마사 2017. 7. 8. 11:15

추방과 투병, 17년 선교의 훈장


[미션&피플] 간경화 앓는 이재근 선교사 기사의 사진

이재근 선교사가 지난 1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입원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왼쪽 아래는 태국 치앙마이에서 뷰티선교 교육을 준비 중인 이 선교사와 관계자들. 이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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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께서 치료해주시면 다시 선교현장으로 달려가야죠.”  

코에 호흡보조기를 낀 채 답변을 이어가는 그는 간경화 말기 환자였다. 동시에 17년간 중국과 태국에서 복음을 전하던 선교사이기도 했다. 지난 1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입원실에서 만난 이재근(49) 선교사는 건강 상태보다 태국의 사역지에 대한 걱정이 더 많은 듯 했다.

쉼 없는 복음전파 17년  

이 선교사는 장로회신학대 재학 시절부터 중국 선교에 관심이 많았다. 2000년 11월 중국으로 파송 받은 그는 현지에서 가정교회 사역에 매진했다. 주류 교단에 소속된 교회보다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가정교회 사역자들을 훈련시키는 일이 이 선교사의 주된 사역이었다.

“가정교회는 소수의 이단 침투만으로 교인을 비롯해 구성원 전체가 이단에 빠질 위험성이 높아요. 그렇기 때문에 예배 인도자들을 교육하는 일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는 중국 현지에서 ‘띠숑(弟兄·형제)’이라 불리며 12년을 섬겼다. 이어 활동 무대를 태국으로 옮기게 된다. 훈련된 중국인들을 선교사로 파송하자는 생각이었다. 2012년 8월 태국 치앙마이에 둥지를 튼 그는 중국과 태국을 오가며 사역에 매진했다.  

하지만 6개월 뒤 이 선교사는 중국에서 추방 당한다. 중국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의 한 지역에서 열린 선교행사에 참석했다가 공안에 붙잡힌 것이다. 사역의 주무대나 마찬가지였던 중국에서 추방되자 한동안 무력감에 빠졌다. ‘이게 뭔가’싶어 한 달 동안은 잠만 잤다. 그러나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을 다잡은 그는 태국에서 선교 활동에 매진했다. 중국교회에서 파송한 현지 선교사들을 훈련하고 태국에 온 중국인 유학생들에게 복음을 전파했다. 지난 5월부터는 ‘뷰티 선교’를 시작했다. 한국에서 초빙한 디자이너가 비신자 디자이너와 빈민층에게 미용 방법을 가르치면서 자연스럽게 복음을 전하는 사역이다.  

병마와 고군분투하는 선교사들 

멈추지 않고 달려온 그의 선교사역에 빨간 불이 켜진 건 2년 전쯤이었다. 하루는 검은 피를 토하며 사흘간 현지 병원 신세를 졌다. 이후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아왔지만 지난해 11월 한국을 찾았을 땐 흉수가 차올라 열흘간 물을 빼내야 했다. 건강이 악화됐지만 약만 처방받고 태국으로 돌아갔다. 그러다 지난 5월부터 증상이 악화돼 지난달 9일 귀국해 입원했다. 

이 선교사는 간 이식을 받아야만 완치될 수 있는 상황이다. 친동생이 간을 이식해주려 했지만 간이 너무 작아 일부만 이식이 가능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부족한 부분은 다른 누군가로부터 이식 받아야 한다.  

이 선교사는 서울 꿈의숲교회와 울산 대흥교회로부터 선교 후원을 받고 있다. 이 선교사의 아내인 조은영(50) 사모는 “선후배 목사님들이 십시일반 도와주고 있다"며 "후원중인 두 교회에서도 저희를 도울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임종표(69) 케냐 선교사는“오지에서 사역하는 선교사들일수록 건강 문제를 돌보는 일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아프리카나 아시아 등의 오지에서 활동하는 선교사들의 경우, 풍토병과 과로 등에 따른 영향으로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현지 의료체계나 수준이 취약한 것도 이유다.

이 선교사는 병실에서도 사역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했다. “뷰티 교육을 받은 현지인 신자들이 태국에서 미용실을 열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에요. 이들이 저마다 미용실에서 예배를 드리게 되면 태국 곳곳에 ‘미용실 교회’가 세워지는 셈이지요.”  

하루 종일 폐에서 물을 빼내다보니 입이 말라 연신 물을 들이키는 이 선교사의 마음은 이미 선교지로 돌아가 있었다. 

글·사진=이현우 기자 base@kmib.co.kr 

-국민일보, 2017/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