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노출/삶자락이야기

분쟁의 세월 13년을 돌아보며

하마사 2016. 12. 7. 16:13

2004년부터 시작된 광성교회 분쟁이 13년 지나서 끝을 보게 되었다.

12월 6일(화) 오후 4시, 양측의 대표가 법원의 조정권고안에 서명함으로서 기나긴 싸움을 멈추게 되었다.

한국교회에 이렇게 오래 동안 치열하게 교회분쟁이 지속된 역사가 있을까?

당시의 상황은 다시 떠올리고 싶지도 않다.

평소 교제하는 목사님들과 이야기하면서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라면 못 가겠다고 했더니 그분들도 마찬가지란다.

목회자체가 끝까지 녹녹치 않다고 했다.

수 십 년 목회를 하고 은퇴를 얼마 남기지 않은 분이지만 그런 말을 하셨다.

보기에는 평탄한 목회를 하신 듯해도 말이다.

그야말로 험난한 세월을 보냈다.

가지 말아야 할 곳도 가야했고, 듣지 않아야 할 말들도 많이 들었다.

본심과 다르게 오해도 사고 욕도 먹었다.

그런 목사가 되고자 한 것은 아니었는데.

친구가 말했다.

신학교 다닐 때 기도를 많이 하여 가장 잘 풀릴 줄 알았더니 어쩌다 그렇게 되었느냐며 안타까워했다.

그 때 기도하지 않았으면 하나님이 험한 곳으로 보내시지 않았을 것이라 하며 웃었다.

좋건 싫건 지나온 세월이다.

강산이 변하고 해결이 되었으니 감사한 일이다.

큰 산을 넘었지만 아직도 넘어야 할 작은 구릉들이 있다.

과거에는 싸워야 할 대상이 분명했지만 이제는 내부의 분열을 조심해야 한다.

하나님은 왜 이토록 오래 끌고 오셨을까?

그리고 분쟁의 끝을 이렇게 만드셨을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여럿 있다.

천국에 가서 하나님께 여쭈어볼 수밖에 없다.

분쟁이 끝나고 상흔이 드러났다.

많은 분들이 떠났고 상처를 간직한 채 믿음생활을 한다.

남아계신 분들은 대단한 분들이다.

모질고 험한 세월을 광야에서 보낸 들풀과 같은 영적 생명력을 지닌 분들이다.

인근에 좋은 교회들이 많지만 자리를 뜨지 않고 질경이처럼 끝까지 붙어 계신다.

그분들에게 목사로 부끄러울 때가 있다.

13년의 세월을 하나님이 어떻게 선용하실지 궁금하고

고난의 시간을 어떻게 아름답게 빚어가실지 기대된다.

지난 세월을 누구에게 하소연할까?

자기신세를 한탄하는가 하면 어떤 이는 sns에 하소연하여 사람들의 동정과 위로를 받으려 한다.

하지만 사람의 위로는 일시적이고 변한다.

오늘의 위로가 내일의 비난으로 돌변할 수도 있다.

분쟁의 시작과 끝 그리고 새로운 교회가 나아갈 길은 하나님만이 아신다.

결국 하나님께 맡기고 기도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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