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장에서 신부 손을 잡고 입장하는 신부아빠를 생각해본다.
고이 키운 딸을 사위에게 건네줄 때 심정이 어떨까?
지금이야 결혼 한 딸이 친정에 마음껏 올 수 있으니 옛날의 애틋한 마음은 없으리라.
오히려 아들이 본가에 가는 것을 눈치 보아야 하는 세상이 되었으니 격세지감이다.
그래도 신부 입장 할 때 딸의 손을 잡고 걸어가는 아빠의 마음이 궁금하다.
딸과 사위의 절을 받을 때 마음은 어떨까?
아들과 며느리의 절을 받을 때와는 어떻게 다를까?
아들 두 명과 딸 하나를 두었으니 두 감정을 모두 경험할 수 있으니 감사하다.
큰 아들과 작은 아들이 스무 살을 넘었으니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아버지로 살다가 언젠가는 시아버지, 장인어른의 호칭을 듣게 될 것이다.
그 이후에는 할아버지, 외할아버지로도 불리어지겠지.
세월이 이렇게 만들어갈 것이다.
세월이 참 빠르다.
엊그제까지 그렇게 무덥던 날씨가 오늘 아침에는 이불을 덮을 정도로 변했다.
날씨의 변화만큼이나 이마의 계급장도 늘어나는 것.
지하철을 타고 오면서 어떤 권사님과 이야기를 하면서 미래의 내 모습을 생각해보았다.
남편이 잔소리를 너무 많이 해서 마지못해 일을 나간다고 했다.
차라리 일을 나가서 얼굴 안보고 잔소리 안 듣는 것이 마음 편하다는 것이다.
내가 이렇게 되면 안 될 텐데.
지금부터 다짐하고 노력한다고 그렇게 될 수 있을는지.
이래저래 나이 들면 남자는 구박덩어리가 되는가보다.
딸 손잡고 들어갈 때는 좋다가 후에는 딸의 부축을 받고 사는 것이 인생인가.
열두 살 지은이가 언제 시집을 갈지.
좋은 신랑을 만나 내 손을 잡고 결혼식장에 들어갈 날이 기대된다.
그 날이 앞으로 15년 이내가 되었으면 좋겠다.
할아버지 모습으로 딸의 손을 잡고 걸어가는 것이 미안할 것 같아서.
오늘 결혼식장을 다녀오면서 뚱딴지 같은 생각을 해보았다.
두 아들이 알면 서운하려나.
딸과 차별한다고.
아들의 손을 잡고 결혼식장을 들어갈 일은 없으니 이해하겠지.
이런 생각들을 하는 것을 보면 나도 나이가 드는 것이 분명하다.
남은 목회를 잘 마무리하고 인생을 회고하며 짤막한 단상을 적어보면 참 재밌을 것이다.
차를 머금고 입가에 미소를 지으면서 회상해보는 인생.
멋진 그림이 그려진다.
이런 그림의 완성은 결국 하나님의 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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