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노출/삶자락이야기

선풍기의 가치

하마사 2016. 8. 25. 17:08

올 여름은 유난히 더웠다.

살다가 이렇게 더워보기는 처음이라 할 만큼 더워서 못살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저녁에 잠을 청하기가 어려웠다.

잠을 뒤척이다 거실로 나와 누워보지만 역시나.

결국 에어컨을 켜지만 누진세 걱정으로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버티다가 이내 끈다.

아내와 나는 웬만큼 참으려하지만 딸은 에어컨 버튼을 겁 없이 눌러댄다.

어쩌겠나?

딸 핑계대고 더위를 식힌다.

잠을 뒤척이다 샤워를 해보지만 수건으로 물기를 닦으면서 땀방울이 주렁주렁 맺히니 샤워도 하나마나.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도 없고.

더위 앞에 낭패를 당했다.

선풍기를 가까이할 수밖에.

여러 대의 선풍기가 있지만 그 중에 한 대는 빌빌 돌아갔다.

최고로 올려도 다른 선풍기의 최저 바람에도 미치지 못했다.

홀대받는 선풍기는 잠잘 때 틀어놓는 것으로 만족했다.

또 한 대는 고장 나서 얼씬도 못하고 구석에서 자리만 차지했다.

공구를 가지고 분해해보았지만 그쪽방면은 까막눈이라 조립하고 마무리.

애꿎은 제품회사만 욕먹었다.

휴가 때는 시골에서 그나마 더위를 이겼지만 서울로 돌아와서는 더위와 또 싸워야 했다.

여름이 다 지났거니 했더니 기상청 발표가 여러 번 번복되었다.

마침내 아내와 선풍기를 사러갔다.

하이마트를 갔더니 품절, 이마트에도, 전자회사 매장에도 품절이었다.

인터넷 쇼핑몰을 기웃거렸더니 값비싼 제품들만 구입이 가능했다.

중저가의 제품들을 클릭하여 들어가면 품절되었거나 가격이 달라졌다.

결국 더위를 참으면서 내년에야 선풍기를 구입하게 생겼다.

선풍기 가치가 뜨거운 날씨와 비례하여 상승했다.

선풍기의 가치는 선풍기 자체의 가치보다는 더위에 달렸다.

삶의 가치도 그렇지 않을까?

자신의 가치평가 역시 환경적 요인이 좌우할 수 있다.

갑자기 더운 날씨가 선풍기의 가치를 올리듯이 성숙한 인격과 실력으로 영글어있으면 반드시 가치를 평가받을 때가 오게 된다.

언젠가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게 마련이다.

성경의 인물 중에 다윗은 골리앗이란 적장이 다윗의 가치를 높여주었다.

모두가 겁먹고 있을 때 혼자 골리앗을 무찌르고 일약 영웅이 되었다.

전국적인 인물로 부각된 후 하나님의 광야훈련을 거쳐 위대한 신앙인이요 지도자가 되었다.

이처럼 열악한 환경이 영웅을 만들고 가치를 높여주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올 여름의 무더위는 선풍기의 가치를 높여주는 골리앗과 같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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