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집사님과 점심식사를 같이했다.
주일에도 근무하여 교회에서 뵙기 힘든 분이다.
일 년에 한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얼굴을 대할 수 있다.
구역장을 통해 식사하자는 연락을 받고 함께 식사하며 교제했다.
대화를 하면서 아팠던 옛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았다.
남편과의 갈등, 아들로 인해 겪었던 속앓이, 직장생활의 고충 등.
사는 것이 너무 힘들었지만 이제는 감사할 수 있다고 했다.
돌아보면 후회되는 일도 있다 하면서.
직장생활의 고충은 사람관계라고 했다.
고객을 응대하는 일을 하지만 고객들과의 관계보다는 직장 동료나 선후배 사이에 생기는 어려움이 더 크단다.
이제는 처세술이 늘어 손해되는 일은 감추고 선을 그으면서 생활하고 있다면서.
더구나 신앙인들에게 상처를 더 많이 받았다고 하면서 차라리 교회 다닌다는 말을 하지 않으면 유익하겠다고 했다.
겉과 속이 다르게 행동하면서 사람을 곤경에 빠뜨린단다.
그러면서 목사님은 더 힘들겠다고 위로해주었다.
그런 사람들과 늘 만나야 하기 때문이라며.
또한 좋은 소리보다는 힘든 사람들의 하소연을 많이 들으니 그렇겠다고 했다.
듣고 보니 일리가 있었다.
그런데 집사님의 이야기 끝은 감사였다.
그 때는 몰랐는데, 지나고 보니 감사하다고 했다.
남편과의 갈등이 심할 때는 남편만을 탓하며 죽이고 싶을 정도였는데, 지나고 보니 본인의 책임도 있었다며 후회했다.
지나온 인생의 고비를 넘기고 돌아보니 감사할 수 있다고 하면서.
매장을 찾는 부유한 고객들과 비교하면 경제적으로 초라하고, 남편 없이 아들과 살고 있지만 감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려운 중에도 두 아들이 잘 자라 준 것이 감사하고, 앞으로 아들들에게 마음을 비우며 살 생각이라고 하며.
그리고 남편이 벌어주는 돈으로 살림하는 주부가 가장 부럽다고 했다.
예전에는 잘 몰랐는데.
그 때는 감사를 몰랐는데.
지나고 보니 감사할 수 있다고 했다.
지금 겪고 있는 아픔이 이해되지 않고 끝날 것 같지 않아도 지나고 보면 감사할 때가 있음을 알게 해 주신 집사님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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