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습관이 있다.
좋은 습관도 있지만 나쁜 습관도 있다.
나는 아침 일찍 화장실을 가는 습관이 있다.
새벽기도 가기 전이나 혹은 운동가기 전에 화장실을 들린다.
한데, 어떤 날은 새벽기도 중에 화장실이 가고 싶을 때가 있다.
버텨보다가 도저히 안 될 때는 어쩔 수 없이 화장실을 다녀와야 한다.
오늘 새벽이 그랬다.
밀어내려는 힘과 버티는 힘이 팽팽하다가 결국 밀어내기가 이기고 말았다.
집에 갈 때까지 참으려다 버티지를 못했다.
생리적인 현상이라 어쩔 수 없지만 괜히 시간이 아까웠다.
소중한 새벽시간을 화장실에서 허비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밀어내기와 버티기로 시작된 하루다.
요즘 세상 돌아가는 것이 이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대치정국으로 치닫는 남북관계, 정치권의 여야관계, 노사관계를 비롯하여 경쟁관계에 있는 조직들이 그렇다.
누구는 밀어내려고 안간힘을 쓰고, 밀려나지 않으려 버티는 사람이 있다.
결국 버티지 못하면 쓸쓸히 밀려난다.
화장실에서 밀려나는 배변은 참 상쾌하지만 자리에서 밀려나는 사람은 비참하다.
행복하게 밀려난다면 어떨까?
버티지 못해 밀려나지 않고 스스로 그 자리를 떠난다면.
자리를 훌훌 털고 떠나는 사람들이 아름답다.
아브라함이 이런 사람이 아닐까?
목초지를 두고 롯과 다툼이 생겼을 때 스스로 그 자리를 물려주고 떠났다.
손해 보는 것 같았지만 지혜로운 판단이었음을 성경은 증언한다.
밀어내기와 버티기의 숨 가쁜 삶의 현장에서 유유히 양보하고 떠나는 아브라함의 마음이 참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