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노출/삶자락이야기

벌침맞은 아내

하마사 2015. 9. 24. 18:04

아내가 땅벌의 공격을 받고 무수히 벌침을 맞았었다.

시골에 가서 호박잎을 따려다가 그만 벌집을 밟은 것이다.

처음으로 쏘이는 벌침이 얼마나 매서운지 비명을 질렀다.

옆에 어머님이 계셔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벌과 싸우느라 야단이었다.

부끄러운 것도 모르고 윗 옷을 훌렁 벗어던졌다.

벌이 옷속으로 파고 들어갔던 모앙이었다.

이 때다 싶었는지???

시어머니는 빗자루로 며느리를 난타했다.ㅋㅋ

온 몸에 붙은 벌을 쫓으려니 그럴 수 밖에.

그 광경을 멀리서 보던 나는 수습하러 갔지만 이미 상황 끝이었다.

아내에게 혼쭐이 났다.

비명을 지르는 소리를 듣고도 달려오지 않았느냐고.

벌한테 쏘인 화풀이를 남편에게 했다.

아무튼 내가 잘못하기도 했다.

그 소리를 듣고 빨리 뛰어갔어야 했는데 말이다.

무정한 남편이 되고 말았다.

과거에 말벌에 쏘이는 나를 용감하게 막아준 적이 있었던 아내였으니...

입이 열개라도 할말이 없었다.

벌에 쏘인 자리에 겨우 된장이나 발라 주는 남편이 되고 말았다.

아내의 손과 발, 머리 등 엄청 많은 곳에 땅벌들이 침을 꽂아 놓았다.

다행히 후유증 없이 진정되어 감사했다.

그런데 속도 모르고 건넨 말이 "일부러 벌침도 맞는데".

이런 부족한 남편과 살아주는 아내가 고맙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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