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은 어떻게 역사를 지켜냈는가… '야드 바솀' 홀로코스트 추모관장이 말한다]
- 고향 잃었지만 역사의식 지켜
"홀로코스트 왜곡 시도에 우린 사료 한조각까지 수집해 객관적으로 증명하고 알려
이젠 우리가 가만히 있어도 누군가 왜곡하면 세계가 비난… 과거 지켜야 미래 보장받아"
"역사는 굳은 화석이 아닙니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생물입니다. '야드 바솀'이 홀로코스트 추모관이면서도, 수십년간 쉼 없이 세계 각지에 조사팀을 보내며 사료 한 조각이라도 수집하려고 했던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이스라엘은 이렇게 홀로코스트를 왜곡하려는 악의적 시도를 막아냈고, 더 굳건하게 우리의 역사를 가꿔나가고 있습니다."
야드바솀의 로버트 로제트(59) 사료관(史料館) 관장은 13일(현지 시각) 예루살렘 야드 바솀에서 가진 본지 인터뷰에서 "1948년 이스라엘이 건국을 선언한 직후 이를 반대하는 아랍국들과 '중동 전쟁'을 치르고 나서 우선적으로 지은 것이 야드 바솀"이라면서 "이는 과거를 지키면 미래가 보장된다는 믿음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야드 바솀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치에 학살된 유대인 600만명을 기리고자 1953년 국가 핵심 인프라 가운데 하나로 건축된 추모관이자 역사 연구원이다. 현재 500명에 이르는 직원과 함께 300명이 넘는 자원봉사자가 이곳에서 일하고 있다. 한 해 방문자는 백만명에 달하고 이스라엘을 방문하는 각국 지도자 등 주요 인사들이 빠지지 않고 찾는 명소이기도 하다.
로제트 관장은 "역사 의식은 신앙과도 같다"면서 "지켜내려는 의지와 바로 알고 이를 알리려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 민족이 2000년간 억압받고 유랑하면서도 멸절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고향은 잃었지만 역사 의식은 잃지 않았기 때문"이라면서 "이는 이스라엘뿐 아니라 다른 모든 나라와 민족에도 적용되는 진리"라고 했다.
그는 "역사를 정치적으로 악용하려는 일부 국가 지도자가 존재한다는 것이 우려스럽다"면서도 "객관적 증거와 탄탄한 연구가 뒷받침되면 이들에 맞서 이길 수 있다"고 했다.
"일부 정치 지도자는 자극적인 내용을 꺼내놓으며 대중을 선동해 인기를 얻으려고 합니다. 대표적 방법이 역사를 자기 구미에 맞게 교묘히 뒤틀고 바꿔치기하는 행위입니다. 이스라엘은 과거는 물론 지금도 '홀로코스트는 과장되고 각색된 허구'라고 주장하는 반(反)유대주의 세력과 맞서고 있습니다. 하지만 수백만 건의 사료를 바탕으로 사실 관계를 밝히고 끊임없이 알려 국제적 공감대를 형성했습니다. 이제는 홀로코스트를 부정하는 사건이 벌어지면 우리가 가만히 있어도 다른 데서 오히려 이를 규탄하고 바로잡으려는 움직임이 거세게 일어납니다."
로제트 관장은 무엇보다 국민 사이에 통일된 역사 의식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른 나라가 어떤 역사관을 가지고 있는지 걱정하기에 앞서, 내 나라의 역사가 얼마나 바로 쓰이고 있는지 국민의 역사 의식은 얼마나 바로 서 있는지 스스로 살펴야 한다"면서 "내가 나를 잘 모르는데 남을 어떻게 바로잡느냐"고 했다.
그는 "이스라엘은 여러 국가에 살던 유대인이 단기간에 모여들어 세운 나라이기 때문에 서로 다른 역사관을 갖지 않도록 학교에서부터 군대·직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경로로 역사교육을 반복했다"고 말했다.
"역사관은 미래관입니다. 하나의 작은 사건이라도 국민이 서로 다르게 기억하고 있다면 그 나라 앞날은 분열입니다. 같은 곳에 서 있어야 같은 곳을 봅니다. 그래야 나라에 힘이 생깁니다."
-조선일보, 2015/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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