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에게 괜한 고생을 시킨 일이 있다.
둘이서 영월 서강에 천렵을 갔을 때다.
물고기와 다슬기를 잡을 생각으로 마음이 부풀었다.
족대를 대고 돌을 들썩이자 꺽지가 나왔다.
첫수에 횡재한 것이라 서로 놀라 소리를 질렀다.
꺽지 물고기는 좀처럼 잡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미꾸라지, 돌고기, 피라미도 잡았다.
한참 물고기를 잡은 후 배를 따서 매운탕을 끓였다.
풋고추, 깻잎, 미나리와 여러 양념을 버무려 넣었다.
탕이 보글보글 끓자 군침이 돌았다.
냇가 돌바닥에 앉아 둘이서 한 냄비를 뚝딱 해치웠다.
부른 배를 가라앉힌 후 다슬기를 잡아 돌아왔다.
서울로 오는 도중에 갑자기 물고기 배를 땄던 칼을 두고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물 받은 작은 빅토리녹스 트레블러세트였다.
낚시가방에 고이 간직하는 것이었다.
즉시로 동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물고기 배를 따던 곳에 가서 칼을 찾아오라고.
다음날 아침 전화가 왔다.
다시 한 번 확인해 보라는 것이다.
가방을 뒤졌더니 웬걸 그 안에 있었다.
동생은 짜증을 냈다.
한 시간 가량 운전하여 갔는데 생고생 시켰다며.
가방을 열어 확인만 했어도 되었는데 말이다.
살다보면 이런 헛고생을 할 때가 있다.
자기실수로 엉뚱한 사람을 고생시키기도 한다.
피할 수 있는데도.
하루 잘 놀고 괜한 고생을 시킨 동생에게 미안했다.
인생살이도 이렇지 않을까?
조금만 신경을 쓰면 고생하지 않아도 될 텐데.
게으름과 무관심, 아집과 교만 때문에 생고생하는 사람은 없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