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노출/삶자락이야기

닭과의 전투

하마사 2015. 5. 22. 16:20

부모님이 계시는 시골에다가 재미있는 경험을 했다.

닭을 여러 마리 기르시는데 그 중에 몇 마리를 잡자고 하셨다.

닭도리탕과 닭백숙을 요리하기로 했다.

문제는 닭을 잡을 사람이 나 밖에 없었다.

아버님이 출타중이셔서 내 몫이었다.

어머님과 아내가 잡을 수는 없었으니.

수탉이 사나웠다.

열 마리 이상의 암탉을 거느리느라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았다.

심지어는 진돗개에게도 달려들정도로 위세가 당당했다.

너무 사나워 어머님이 닭집에 들어가기 힘들다며 잡으라고 하셨다.

몽둥이를 들고 닭집에 들어갔더니 예상대로 덤벼들었다.

장닭과의 전투가 시작되었다.

수탉 두 마리 중 한마리가 전투를 관망했다.

내가 이기기를 바라는 눈치였다.

무언의 응원을 받으며 다가오는 수탉의 대가리를 몽둥이로 쳤다.

한 방 제대로 맞고는 비실비실 구석으로 도망쳤다.

기가 꺾인 것이 확실했다.

기회는 이 때다 하고 한 방 더 매겼다.

대장 수탉이 꼬꾸라지자 암탉은 수월하게 잡을 수 있었다.

포획은 예상보다 쉽게 했는데 다음이 문제였다.

목을 비틀어 닭을 잡아야 했다.

처음해보는 것이라 서툴렀다.

암탉을 잡다가 기어코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닭의 목을 비틀다가 놓쳐버렸다.

잡혔던 놈은 얼씨구나 하고 쏜살같이 도망쳤다.

뛰어가는 닭을 뒤쫓느라 한바탕 소란이 벌어졌다.

닭장에 갇혀있었던 터라 얼마 도망가지 못했다.

음식을 먹으면서 닭과의 전투장면이 떠올라 웃음이 터져나왔다.

닭도 잡아본 사람이 잡아야 했다.

잡힌 닭들에게 미안했지만 덕분에 재미난 체험을 했다.

평소에 하지 않던 일은 서툰 법이다.

목사가 닭 잡는데 서툰 것은 이해되지만, 목회에 서툴다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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