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본질/교육

'敎師 선호도 1위' 사회의 위기

하마사 2015. 3. 12. 14:39

교사 전성시대다. 전국의 학생 18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진로 실태 조사'에서 남녀 중고생 모두 교사를 희망 직업 1순위로 꼽았다. 학부모 생각도 비슷했다. '자녀가 어떤 직업에 종사했으면 좋겠냐'는 질문에 교사를 꼽은 학부모가 가장 많았다. 이쯤 되니 입시 철마다 교대·사범대 들어가기가 왜 그리 힘든지 이해된다. 많은 학생이 '교사의 꿈'을 꾸고 달려가니 관문을 통과하기가 점점 어렵다. 초등학교 교사를 양성하는 교대와 초등교육과에는 전국 상위권 학생들이 모여 있다. 중등 교사를 키우는 사범대는 대학별 '지원 가능 점수 배치표'에서 늘 상위권이다.

교대·사범대에 들어갔다고 다가 아니다. 입학 후엔 교원 임용 시험이라는 더 높은 산이 있다. 특히 중·고교 교사 되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지난해 서울 지역 중등 교원 임용 시험 경쟁률이 13대1이었다. 지리 과목은 31대1이었다. 사범대를 졸업하고 노량진 고시촌 등에서 임용 시험을 준비 중인 청년이 3만~4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 과정을 다 통과해야 교단에 서니 실력만 보면 한국 교사들이 전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할 만하다. 2011년 발표된 '매킨지 보고서'는 한국 교사를 OECD 국가 중 가장 우수한 교사 집단으로 꼽았다. 보고서는 한국·핀란드·싱가포르를 '교육 3대 강국(强國)'으로 소개하며 "싱가포르는 상위 30% 인력이 교사가 되고, 핀란드는 20%, 한국은 5% 인재가 교단에 선다"고 썼다. 한 나라 교육 수준은 교사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고 한다. 그 전제대로라면 대한민국은 지금 축배(祝杯)를 들어야 한다.

그런데 실상은 꼭 그렇지 않다. 서울 지역의 한 고교 교장이 말했다. "요즘 교사들은 다 우수해서 학생들이 공부 못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요." '엄친아' 출신 교사가 늘면서 교사의 공감(共感) 능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들이 교직에 몰리는 것도 정년 보장과 연금 혜택 등 직업 안정성을 택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많다.

그래서인지 지식만 평가하는 현재의 교사 채용 시스템을 개선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구시교육청이 올해부터 교사 임용 시험에 '인문학 면접'을 추가하기로 한 것은 이 때문이다. 우동기 대구시교육감은 "남에 대한 배려와 인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사람, 교사로서 열정이 없는 사람이 교단에 서면 안 된다"고 했다.

게다가 실력 있는 교사들이 임용된다는데도 사(私)교육의 위세는 점점 무섭다.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사교육비 조사'를 보니 한동안 주춤했던 1인당 사교육비가 다시 늘기 시작했다. 정부는 잊을 만하면 '사교육 대책'을 내놓지만 '학원이 학교보다 잘 가르친다'는 인식이 학생과 학부모, 심지어 교사에게까지 스며든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대한민국 모든 분야가 그렇듯 교육에서도 광복 후 70년 동안 기적의 역사를 일궜다. 1인당 국민소득이 100달러가 채 안 되던 시절엔 콩나물시루 같은 오전·오후반 교실에서 공부하면서도 선생님이 희망이었다. 지금은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를 눈앞에 두고 교육 예산 55조원 시대에 도달했는데도 정작 선생님이 잘 보이지 않는다. 교사의 인기가 치솟고 우수한 인재가 교단으로 몰린다는 이때에 교단의 위기를 생각해야 한다.

 

/안석배 사회정책부 차장

 

-조선일보, 2015/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