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학년도 대입 수시 모집 원서 접수 때 제출된 자기소개서와 교사추천서 9316건이 사실상 표절로 판단(1665건)되거나 표절 가능성이 의심(7651건)된다는 조사가 나왔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작년 110개 대학에 제출된 자기소개서 32만4060건과 54개 대학에 제출된 교사추천서 18만349건을 표절 검사 프로그램으로 분석한 결과다. 상당수는 같은 고교 친구·선배나 가족·친척이 과거에 낸 서류를 베꼈다고 한다.
자기소개서는 대학들이 미국 제도를 본떠 2008년부터 도입한 대입 수시 모집 학생부종합전형(옛 입학사정관제)에서 수험생이 학생부 등과 함께 제출하는 핵심 서류다. 고교 생활 경험과 비(非)교과 활동, 지원 동기, 학습 계획 등 4~5개 항목을 5000자 이내로 적게 돼 있다. 그런데 입시 컨설팅 업체들은 입시철이 되면 수십만원씩 받고 자기소개서 첨삭(添削) 지도를 하고 있고, 대놓고 논술 강사의 대필(代筆)을 주선한 뒤 상담비까지 합쳐 수백만원을 챙기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인터넷에는 대학생들이 돈을 주면 입시 때 자기가 제출했던 자기소개서를 보여주겠다고 제안하는 글이 넘쳐난다. 2013년 대입 때도 수험생 1102명이 자기소개서를 표절한 사실이 들통나 불합격 처리됐다. 세상의 어떤 좋은 제도도 우리 사회에만 들어오면 왜곡된다는 개탄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수험생의 자기소개서 표절은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어느 정도 걸러낼 수 있지만 대필이나 내용 조작 같은 부정까지 적발해 내기엔 한계가 있다. 실제론 부정이 훨씬 더 광범위할 것이다. 각 대학은 면접을 거쳐 자기소개서에 적힌 내용의 신빙성을 직접 확인하는 대비책을 세워야 하고, 정부도 자기소개서 대필을 부추기는 입시 컨설팅 업체를 단속해야 한다.
이번에 적발된 표절 9316건 가운데는 교사추천서가 8041건에 달해 수험생 자기소개서(1275건)보다 월등히 많았다. 학생을 바르게 이끌어야 할 교사가 편법(便法)과 비리를 가르친 꼴이다. 각 대학은 표절 추천서를 써온 학교·교사를 적발해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앞으로 그 학교·교사의 추천서에 대해선 불이익을 주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조선일보 사설, 201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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