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노출/삶자락이야기

좋은 무리

하마사 2014. 9. 27. 18:00

성경에는 제자와 무리가 등장한다.

예수님 주변에는 제자들과 더불어 무리가 함께 있다.

제자훈련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무리는 제자와 상반되는 집단으로 홀대받고 비난받는 대상이 되었다.

무리가 되지 말고 제자처럼 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나도 이처럼 설교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하니 잘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제자들은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던 사람이다.

생업을 버리고 오로지 예수님의 사역을 돕기 위해 가족과도 이별했다.

반면 무리는 가족과 생업이 있으면서 예수님의 말씀을 듣기 위해 혹은 삶의 문제를 해결할 목적으로 별도의 시간을 내어 예수님 주변에 모였던 사람들이다.

자신의 문제가 해결되면 다음 무리 속에 합류하지 않고 예수님을 떠나기도 했다.

혹은 무리 속에 계속 합류하며 예수님을 따랐던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한국교회는 제자를 강조한다.

모두가 제자가 되어야 한다고 가르친다.

물론 그래야 한다.

하지만 가족과 생업을 포기하고 예수님을 따를 수 있는 제자가 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제자의 삶을 강조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제자처럼 되라고 하는 것은 무리다.

제자는 목사만 해도 차고 넘친다.

목사들만 제자가 되어도 한국교회는 변할 수 있다.

목회를 직업으로 삼고 있는 나와 같은 사람이 제자만 되면 한국교회는 바르게 될 수 있다.

목사가 제자가 되지 않으면서 평신도 모두에게 제자가 되라고 하는 것은 과도한 요구이다.

열 두 명의 제자들 중에 가룟유다와 같은 사람도 있었다.

예수님이 십자가를 지실 때 제자들 모두가 도망쳤다.

무리만 떠난 것이 아니었다.

무리 모두를 제자 만드는 것이 그렇게 중요했다면 예수님도 무리에게 제자가 되라고 강조하셨을 것이다.

하지만 예수님은 열 두 명으로 만족하셨다.

예수님을 따르는 제자는 목사로서 충분하다.

목회가 생업이다.

예수님이 먹여 살려주시는 사람들이다.

그러면서도 제자의 삶을 살지 못한다.

한국교회 제자훈련은 분리되어야 한다.

먼저 목사들이 제자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평신도들은 좋은 무리훈련을 통하여 좋은 무리가 되도록 해야 한다.

가정과 일터 속에서 선한 영향력을 끼치며 사는 좋은 무리가 되게 해야 한다.

평신도 사역은 제자사역이 아니라 일종의 좋은 무리 사역이다.

자신의 직업과 달란트를 가지고 예수님을 위해 헌신하는 사역이기 때문이다.

좋은 무리가 결국 예수님이 파송하셨던 70명의 전도대원들이다.

또한 사도행전에 나오는 마가의 다락방에 모였던 120명의 사람들이다.

좋은 무리가 예루살렘교회를 이루었고 삼천명, 오천명으로 늘어났다.

그리고 선교하는 안디옥교회를 만들었다.

좋은 무리가 되는 것이 우선이다.

모두가 제자처럼 생업을 접고 예수님을 따를 수 없다.

목사는 열 두 제자처럼 전 시간을 헌신하며 예수님을 따르는 제자가 되어야 한다.

제자가 된 목사는 무리를 좋은 무리로 훈련해야 한다.

좋은 무리는 삶의 자리에서 선한 영향력을 끼치며 하나님의 나라를 확장시켜 가야 한다.

제자와 좋은 무리로 분리되어 각자의 역할을 감당할 때 아름답고 자연스러운 교회로 자리매김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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