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마을에 벌초를 다녀왔다.
해마다 아버님과 동생이 하다가 금년에는 동생과 둘이서 다녀왔다.
내년부터는 빠지지 말고 참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조, 증조, 할아버지, 3대의 산소를 둘러보는 일은 의미가 있었다.
벌초할 때 땀 흘리는 수고를 해야 하지만,
조상들의 산소를 찾아 그분들의 은혜를 마음에 새기는 것은 귀한 일이었다.
증조할아버지가 기독교신앙을 받아들인 후 정든 고향을 등져야 하는 핍박을 무릅써야 했다.
후에 고조할아버지도 신앙생활을 시작하셨으니,
5대를 걸쳐 지금은 아들까지 6대째 믿음의 가문을 이어올 수 있었다.
신앙의 절개를 지켜온 조상들의 덕분이다.
산소 주변의 무성한 잡목과 잡초들을 예초기와 낫으로 제거했다.
땀이 비 오듯 했다.
벌초를 마친 후 마시는 얼음냉수는 그야말로 뼈 속까지 시원하게 했다.
산소주변에서 새끼 독사를 잡았다.
뱀과 말벌을 조심하라 했는데 사실이었다.
벌초를 마치고 어린 시절 물장구치던 고향의 냇가에서 피라미들과 재밌는 시간을 보냈다.
선조들과 더불어 추억속의 친구들과 아름다운 기억들을 떠올릴 수 있어 좋았다.
삶의 출발점인 고향과 벌초하는 번거로움이 있어도 찾을 수 있는 선조들이 계셔서 감사하다.
시대가 변해 방치되는 산소들도 많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한 명씩의 자녀이니 어찌 감당할 수 있으랴.
더구나 딸만 있으면 더욱 힘들어진다.
시대의 흐름이니 따라가야겠지만, 조상들이 후손들에게 잊혀지는 것이 마음 아프다.
언젠가 나도 조상들처럼 되겠지.
벌초해야 할 산소를 만들지 말아야겠다.
조상들을 생각하면서 후손들까지 배려하는 마음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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