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노출/삶자락이야기

꺼리는 일

하마사 2014. 8. 7. 19:52

삼전도비를 보고 왔다.

병자호란에서 항복한 인조가 청태종의 요구대로 공덕비를 세울 때의 심정이 어땠을까?

굴욕과 수치를 안겨준 상대를 위해 대청황제공덕비를 세워야 했으니.

아무도 나서는 사람이 없었겠지.

자신과 가문의 명예를 생명처럼 중요시 했던 시절,

후세에 불명예를 남길 것이 불을 보듯 뻔했으니.

이경석이란 사람이 모두가 꺼리는 비문 짓는 일을 했다.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었다.

역사가 얼마나 야속했을까?

이렇듯 꺼리는 일을 담당해야 할 때가 있다면.

나서서 해야 하나?

아니면 명예를 핑계로 숨어야 하나?

누군가는 해야 하는데.

그런 일을 시켜야 하는 왕도 그렇고,

싫은 일을 해야 하는 신하도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를 욕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그렇게 하도록 만들었던 약한 나라를 탓할 뿐이다.

사람이 꺼리는 일이라도,

하나님이 원하신다면 해야 하지 않을까?

생명과 진리, 정의를 위하는 일이라면 꺼리는 일도 하는 것이 목사의 삶이라고 답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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