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털루의 승리는 이미 이튼의 운동장에서 이뤄졌다." 영국 웰링턴 장군이 워털루 전투에서 나폴레옹의 프랑스군을 무찌르고 했다는 유명한 말이다. 이 전투에서 숨진 영국군 1만5000명 중엔 영국 명문 이튼스쿨 출신이 많았다. 반면 4만여 프랑스군 전사자는 대부분 평민이었다. 프랑스는 특권층이 요리조리 빠졌지만 영국은 귀족 자제들이 목숨 걸고 전투에 뛰어들었다. 이 차이가 워털루의 승패를 갈랐다는 게 웰링턴의 말뜻이다. 웰링턴도 이튼을 나왔다.
▶그로부터 140년 뒤 이튼 출신으로 영국 총리가 된 인물이 있다. 1955년 처칠의 뒤를 이은 앤서니 이든이다. 그가 회고록에서 이런 말을 했다. "영국에 내 또래 유능한 정치가가 드문 것은 우리 세대가 1차대전 때 어린 나이에 맨 먼저 지원해 대개 전사한 때문이다." 1914년 1차대전이 일어났을 때 이든은 열일곱 살이었다. 그와 함께 이튼에 다니다 1차대전에서 스러진 젊은이가 1157명에 이른다.
▶그로부터 140년 뒤 이튼 출신으로 영국 총리가 된 인물이 있다. 1955년 처칠의 뒤를 이은 앤서니 이든이다. 그가 회고록에서 이런 말을 했다. "영국에 내 또래 유능한 정치가가 드문 것은 우리 세대가 1차대전 때 어린 나이에 맨 먼저 지원해 대개 전사한 때문이다." 1914년 1차대전이 일어났을 때 이든은 열일곱 살이었다. 그와 함께 이튼에 다니다 1차대전에서 스러진 젊은이가 1157명에 이른다.
▶앞 세대 희생에 머리 숙일 줄 알고 그럼으로써 또 다른 자기희생의 자세를 배우게 하는 것, 그게 교육의 힘이다. 지금도 이튼의 복도에는 1차대전 때 전사한 1157명 이름이 하나하나 새겨져 있다. 하버드·예일·MIT 같은 미국 명문대에는 2차대전·한국전쟁·베트남전쟁에 참전했다 숨진 학생들 이름을 새겨 추모하는 시설이 어김없이 있다. 우리도 6·25 때 수많은 학도병이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려고 전장에 뛰어들어 꽃 같은 목숨을 바쳤다. 그러나 이들의 헌신을 기리는 시설을 둔 대학은 찾아보기 힘들다.
▶서울대가 6·25에 나섰다가 전사한 동문을 기리기 위해 내년까지 '한국전쟁의 길'을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서울대는 1996년 이후 두 차례 조사를 통해 6·25 때 전사한 학생 마흔여섯 명의 신원을 확인했다. 대부분 1928~30년생이다. 기계공학과, 화학공학과, 경제학과, 채광학과, 축산학과…. 전쟁이 없었으면 살아서 새 나라 일으켜 세우는 데 단단히 한몫했을 분들이다. '한국전쟁의 길'을 오가며 한 번쯤 나라를 사랑한다는 것, 나라 위해 몸 바친다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할 젊은 세대 모습을 떠올려 본다.
-조선일보 만물상, 2014/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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