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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더 좋아

하마사 2014. 6. 28. 15:05

386세대 여성학자인 그녀는 반드시 딸을 낳으리라 다짐했었다. '불행히도' 아들을 낳았다. 갓난아기 구경한다고 시댁 식구들이 상경했다. 얼굴도 모르는 사촌, 팔촌까지 몰려와 축하 덕담하느라 병실이 떠들썩했다. 떠난 줄 알았던 시아버지가 다시 병실로 오셨다. 화들짝 놀라 일어난 며느리 손을 부여잡고 노인이 눈물을 글썽거렸다. "고맙다, 아가야. 정말 고맙다." 이튿날 병실이 6인실에서 1인실로 바뀌었다. "이래서 아들 낳나 봐." 그녀, 씁쓸하게 웃었다.

▶딸만 둘이었던 후배는 서른아홉에 세 번째 임신을 했다. '맏며느리니 아들은 꼭 있어야 한다'는 시어머니 간청에 못 이겨 아들 쑥쑥 낳게 해준다는 충청도 산골 한약방까지 찾아가 구한 '묘약'을 1년 내 달여먹었다. 산신령처럼 생긴 한약사는 "태어날 아들이 중국 한나라 재상의 사주를 가질 것"이라고 장담했다. 합궁일까지 정확히 지켜 어렵사리 낳은 아기는 딸이었다. 소송하겠다며 펄펄 뛰었던 후배 부부는 "요즘 늦둥이 딸 재롱 보는 낙에 산다"며 웃었다.

[만물상] 딸이 더 좋아
▶불과 4~5년 전 얘기다. 말로는 "딸이 더 좋아" 하면서도 '하나만 낳는다면 아들'을 원하는 집이 많아 남아 선호는 불치병인가 싶었다. 한데 내년부터 여초(女超) 시대로 들어선단다. 남아 출생이 줄어든 데다 남자 수명이 여자보다 짧기 때문이란 게 통계청 발표다. 여아 100명당 남아가 105.3명으로 여전히 사내가 많이 태어나지만 2000년 110.2명에 비하면 큰 변화다. 요즘 한의원엔 '딸 낳는 비방' 묻는 젊은 부부가 늘어난다니 세월 참 많이 변했다.

▶호주제 폐지는 아들에 목숨 걸지 않게 하는 제도적 바탕이 됐다. "비행기 태워주는 건 아들 아니고 딸"이라는 말은 농담이 아니다. "잘난 아들은 국가에 바치고, 돈 잘 버는 아들은 사돈댁에 바치고, 신용 불량 백수 아들만 내 아들"이라는 우스개도 있다. 여자가 가정 경영의 주도권을 잡았다는 뜻이자 '아들 부양'의 기대를 접었다는 얘기다. 키울 때도 딸이 수월하다. 정스럽고 영리하다. 지난해 대학 진학률은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7.1%포인트나 높았다. 2009년 처음 추월해 그새 많이 벌어졌다.

▶세상에 여자가 더 많아지면 남자 역차별도 늘어날 것이다. 남성 인권을 존중하라는 시민단체가 이미 등장했다. '여성가족부' 간판이 '남성가족부'로 바뀔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너무 엄살 부릴 필요는 없다. 초·중 교사의 73%가 여자인데 17개 시도 교육감은 죄다 남자 아닌가. 숫자만 늘었지 여성의 사회적 지위, 임금 격차는 제자리다.


-조선일보 만물상, 2014/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