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관련자료/통계자료

자살이라는 국민病

하마사 2014. 3. 10. 21:18

일본 후지산엔 '자살의 숲'이 있다. 샌프란시스코 금문교에 이어 세계에서 둘째로 자살자가 많은 곳이다. 1950년대 이후 500여명이 이곳에서 목숨을 끊었다. 숲 안에 들어가면 앞이 안 보일 정도로 나무들이 빽빽하다. 2009년 숲 입구에 '신용 상담해 드립니다'라고 쓴 안내판이 섰다. 빚과 실직(失職)에 몰려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들을 막기 위해 시민단체가 세운 것이었다.

▶인간의 생(生)은 순간의 고뇌보다 중하다. 독일 염세(厭世)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자살은 개인의 절대적 권리"라고 예찬했다. 그러면서도 누구보다 맛있는 음식을 탐했고 돈의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쇼펜하우어는 침실에 늘 권총을 숨겨 놓았다. 자살용이 아니라 호신용이었다고 한다. 그는 일흔두 살까지 살았다.

만물상 일러스트

엊그제 통계청 발표에서 우리나라는 인구 10만 명당 자살자가 29.1명으로 9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다. OECD 평균 12.5명의 2.3배다. 등골 서늘한 것은 자살률 증가 속도다. 1992년 인구 10만 명당 8.3명이던 것이 20년 만에 세 배를 넘어섰다. 교통사고로 죽는 사람이 연간 5000명인데 스스로 목숨 끊는 사람이 1만5000명이 넘는 나라는 전 세계에 우리밖에 없다.

▶이달 초 세 모녀가 생활고를 못 이겨 번개탄을 피워놓고 목숨을 끊었다. 방송 예능 프로에 나갔던 젊은이가, 정당의 부대변인이던 어린아이 엄마가 스스로 생을 마쳤다. 남녀노소, 지위·재산 높낮이의 구분도 없다. 이래서야 '국민행복 시대' 구호가 무색하다. 한국자살예방협회가 나름 활동하고 있지만 정부의 높은 분들은 자살이라는 '국민병(病)'을 고치는 데 별 관심 없는 모양이다. 지난 5년 교통정책에 쓴 예산은 1조8000억원인 반면 자살 예방에 투자한 돈은 100억원도 안 된다.

고대 이스라엘의 다윗 왕이 반지를 만들며 보석 세공인에게 말했다. "거기에 내가 기쁨에 겨울 때든 절망에 빠질 때든 잊지 말아야 할 말을 새겨넣어라." 고민하는 세공인에게 솔로몬 왕자가 지혜를 빌려줬다. "그 반지에 '이것 역시 곧 지나가리라'고 새겨넣으시오. " 소아마비를 운명으로 알고 살다가 말년에 암과 싸우면서도 아름다운 이름을 남기고 간 고(故) 장영희 교수가 전해준 말이다. 그는 "견딜 수 없는 슬픔·고통·기쁨·영광과 오욕의 순간도 어차피 지나가기 마련"이라고 했다. 개개인은 이런 자세로 어려움을 이겨내야 한다. 그러나 정부마저 자살 국민병을 스쳐가는 바람쯤으로 여겨선 안 된다.

-조선일보 만물상, 2014/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