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리출판사 이갑수 대표가 얼마 전 낸 자전(自傳) 에세이 모음에 어릴 적 송아지를 잃었다 찾은 얘기가 나온다. 이 대표가 친구들과 소 먹이러 나갔다가 소나기를 만났다. 다른 집 소들은 다 찾았는데 그의 집 송아지만 안 보였다. 날이 어두워져 산을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새끼를 걱정하는 어미 소의 뒤척임이 밤새 계속됐다. 이튿날 아버지와 그는 어미 소를 데리고 집을 나섰다. 두 사람은 묵묵히 어미 소의 뒤를 따랐다. 이윽고 어미 소의 긴 울음을 듣고 칡넝쿨 뒤에서 바들바들 떨고 있던 송아지가 뛰어나왔을 때 넷은 함께 울었다.
▶언론계 선배가 자기 어머니에게 들었다며 전해준 우렁이 얘기도 생각난다. 논에 사는 우렁이는 새끼를 낳으면 제 안의 모든 것을 새끼에게 준다. 새끼가 어미 속을 다 파먹으면 어미는 껍질만 남아 논 위에 둥둥 뜬다. 그걸 보고 새끼 우렁이는 "야, 우리 엄마 헤엄 잘 친다" 하며 좋아한다는 것이다. 세상의 새끼들이 이렇게 철이 없다는 걸 빗댄 얘기일 것이다. 그래도 좋으니 새끼가 탈 없이 무럭무럭 커 주기를 바라는 게 모든 아비 어미의 마음이다.
▶엊그제 어린이날에 이어 오늘은 어버이날. 우리 곁에는 자기의 모든 것을 아이에게 주고 싶어도 더 이상 줄 수 없어 가슴 치는 부모가 수백 명 있다. 부모가 너무 슬퍼하면 자식이 마음 아파 못 떠난다는 말에 소리 내 울지도 못하는 사람들이다. 어느 엄마는 "우리 아이 양말이 젖어 춥겠다"며 시신의 양말을 벗겨줬다. "우리 아이 비 맞는다"며 영정을 품에 꼭 끌어안은 아빠도 있다. 부모들은 아이가 무인도에라도 살아 있을 것 같아 아이 방도 치우지 못한다.
▶"수협(水協) 통장에 돈 있으니까 그걸로 애들 등록금 해." 배가 기우는 다급한 순간에 세월호 사무장 양대홍씨가 아내에게 마지막 당부한 것은 자식들 교육이었다. 양씨는 스무 날 넘도록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해마다 어버이날이면 잊지 않고 노모(老母)를 찾아가 카네이션을 달아 드린 아들이었다. 그의 형제들은 귀가 어두운 여든여섯 살 노모에게 아직도 막냇동생 사고 소식을 전하지 못하고 있다.
▶'내 목숨 붙어 있는 동안은 자식의 몸 대신하기를 바라고 내 죽은 뒤에는 자식의 몸 지키기를 소망한다.' '부모은중경(父母恩重經)'에 나오는 이 한마디가 자식을 보는 모든 부모 마음을 말한다. 살아서 자식을 앞세운 부모 심정은 오죽하겠는가. 세상의 어미 아비가 가장 참지 못할 때는 새끼가 위험에 빠질 때다. 다시는 이런 5월을 맞고 싶지 않다.
-조선일보 만물상, 20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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