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예화

마귀지리

하마사 2014. 5. 1. 17:33


고대 중국 전국시대에 있었던 일화다. 진나라가 천하통일을 이루려고 할 무렵 각국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었다. 조나라가 연나라에 흉년이 들자 침공하려고 했다. 다급해진 연나라 소왕이 소대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소대는 조나라 혜문왕을 찾아가 설득했다. “조개가 물가에 나와 입을 벌리고 햇볕을 쪼이고 있는데 황새가 조갯살을 쪼아 먹으려 하자 깜짝 놀라 입을 오므렸습니다. 황새가 그만 주둥이를 물리고 만 것이죠. 황새는 비만 안 오면 조개가 말라 죽으리라 생각하고, 조개는 입만 벌리지 않으면 황새가 죽으리라 생각하면서 서로 버텼습니다. 그 광경을 본 어부는 좋아라 하며 황새와 조개를 한꺼번에 망태 속에 넣고 말았답니다. 조나라와 연나라가 싸우면 진나라만 좋은 일 시켜주는 겁니다.” 이 말을 들은 혜문왕은 연나라 침공 계획을 취소했다는 이야기다. 여기서 나온 말이 바로 어부지리(漁父之利)다.

얼마 전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의 조사 결과 성인 10명 중 2명만이 기독교를 신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톨릭과 불교에 훨씬 못 미친 것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사회봉사에서는 기독교가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는 사실이다. 떡 주고 뺨 맞는 격이다.

좋은 일은 실컷 하고 도리어 사회의 지탄을 받고 있으니 얼마나 어리석은가. 마귀가 춤출 일이다. ‘연합’이란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분열과 다툼을 일삼는 교계 연합기관들이 있다. 부패와 비리로 이전투구를 벌이고 있는 지역교회도 적지 않다. 오죽 하면 교회가 세상을 염려하는 대신 세상이 교회를 염려하는 시대가 되었다는 말까지 나왔을까. 한마디로 마귀지리(魔鬼之利)의 형국이다(갈 5:15). 우리 모두 성령으로 하나 되자(엡 4:3).

홍문수 목사(신반포교회)

 

-국민일보 겨자씨, 2014/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