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문태종, 정규리그 MVP에 동생 문태영은 챔프전 MVP
한국 프로농구 사상 첫 기록… '베스트 5' 포워드 동시 수상도
형제는 위대했다.
문태종(39·LG)-문태영(36·모비스) 형제가 국내 프로농구 정규리그와 챔피언전 MVP(최우수선수)를 휩쓸며 사상 처음으로 '형제 MVP'라는 역사를 썼다. 문태종은 14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3~ 2014시즌 시상식에서 정규리그 MVP에 뽑혔다. 지난달 12일 마감한 기자단 투표를 이날 개봉한 결과, 문태종은 총 98표 중 71표를 얻어 조성민(22표·KT)과 김선형(3표·SK) 등을 따돌리고 MVP 영예를 안았다. 역대 최고령 MVP다. 종전 기록은 32세(주희정·2007~2008시즌)였다. 문태종의 친동생 문태영은 지난주 끝난 LG와의 챔피언전에서 팀을 우승으로 이끌며 챔피언전 MVP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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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태종(오른쪽·LG)·문태영(왼쪽·모비스) 형제가 14일 잠실 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3~2014 프로농구 시상식에서 나란히 ‘베스트5’에 뽑힌 뒤 무대에서 기뻐하고 있다. 이날 형 문태종이 정규리그 MVP에 뽑히면서 지난주 챔피언전 MVP에 오른 동생 문태영과 함께 사상 첫 ‘형제 MVP’의 역사를 썼다. /KBL 제공
주한미군이었던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형제는 지난 챔피언전에서 적으로 만나 양보 없는 싸움을 펼쳤다. 문태종은 "동생은 작년에 우승했으니 이번엔 내가 우승하고 싶다"며 의욕을 보였다.
하지만 승자는 동생이었다. 문태영은 챔피언전에선 팀플레이에 힘쓰면서도 1차전부터 6차전까지 매 경기 20점 이상을 넣으며 귀화 혼혈선수로는 처음 챔피언전 MVP에 뽑혔다. 문태영이 두 시즌 연속 우승과 MVP 수상이라는 기쁨을 누릴 때 문태종은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어머니 문성애씨도 "태종이가 우승은 못했지만 정규리그 MVP는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어머니의 소망은 이뤄졌다. 문성애씨는 14일 고운 한복 차림으로 시상식에 참석해 두 아들 사이에 앉았다. 형제는 '베스트 5'의 포워드 부문을 동시에 수상하면서 '집안잔치'를 시작했다. 이어 한선교 KBL(한국농구연맹) 총재가 MVP를 발표하면서 "태영이 형님 문태종!"이라고 외쳤다. 문태종이 무대로 올라 트로피를 받자 어머니와 문태영이 꽃다발을 안기며 축하했다. 문태종은 "엄마, 사랑해요"라며 소감을 밝혔다. 어머니 문씨는 "미국에서 차별받으며 살 때 아들들에게 '언젠가는 좋은 날이 올 테니 참고 노력하자'고 얘기하곤 했다"면서 "많은 분이 두 아들을 사랑해주신 것이 기뻐서 눈물 많이 흘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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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상식에 참석한 문태종·태영 형제의 어머니 문성애씨. /KBL 제공
작년 5월 LG와 연봉 총액 6억8000만원이라는 국내 최고 몸값에 1년 계약을 했던 문태종은 다시 FA(자유계약선수)로 풀린다. 그는 "가족과 지내는 집이 서울(연희동)에 있어 팀 숙소가 서울 근처에 있는 팀이면 좋겠다"며 "아내와 상의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창단 첫 정규리그 1위를 하고도 챔피언전에서 무너졌던 LG는 MVP(문태종), 신인상(김종규), 감독상(김진)을 독차지했다. LG는 2001~2002시즌의 동양(현 오리온스), 2012~ 2013시즌의 SK에 이어 세 번째로 정규리그 3대 개인상을 모두 가져간 팀이 됐다.
-조선일보, 2014/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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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태종 형제와 어머니
제로드 스티븐슨은 1975년 서울 용산 미군기지 병원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아프리카계 미 공군 사병, 어머니는 한국인이었다. 이듬해 제로드는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갔다. 아버지는 제로드와 세 살 터울 동생 그레고리를 위해 뒤뜰에 농구대를 세워줬다. 형제는 일대일 농구를 하며 컸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리치먼드대 농구선수가 됐다. 제로드는 1998년 NBA 신인 드래프트 후보에 꼽혔다. 공교롭게 그해 NBA는 선수 파업으로 신인을 뽑지 않았다.
▶제로드는 프랑스 리그로 건너가자마자 MVP가 됐다. 스페인·그리스· 세르비아에서 뛰며 유로컵 올스타에도 올랐다. 그가 2010년 한국으로 옮겨 왔다. 세르비아에서 받던 연봉이 4분의 1로 짜부라졌다. 그는 앞서 유럽 리그에서 온 동생 '문태영'처럼 '문태종'이 됐다. 어머니 성을 따고 어머니가 지어준 이름이다.
▶형제는 말수 적고 겸손하고 배려할 줄 알아 '바른 생활 사나이'로 통한다. 어머니의 한국식 가정교육 덕분이다. 형제가 말썽을 부릴 때마다 "한국 사람은 이러는 것 아니다"고 타일렀다. 어머니 문성애씨는 재작년 노스캐롤라이나에서 하던 일식집을 접고 서울 문태종 집에 와 산다. 형은 LG, 동생은 모비스에서 뛰고 있어 각기 짚신과 우산 파는 형제의 어머니처럼 조바심이 난다. 작년엔 동생의 모비스가 우승해 "올해는 형에게 양보하라"고 했다.
▶올 시즌 모비스가 또 LG를 누르고 챔피언이 됐다. 서운했던 어머니가 그제 시상식에서 펑펑 울었다. 동생이 챔피언전 MVP가 된 데 이어 형이 정규리그 MVP에 올랐다. 형제는 베스트5에도 나란히 들었다. 어머니는 "미국에서 차별받으며 살 때 아들들에게 언젠가는 좋은 날이 올 테니 참고 노력하자 했었다"고 말했다. "많은 분이 두 아들을 사랑해주신 것이 기뻐 눈물을 많이 흘렸다"고 했다. 형제는 "어머니는 내 삶의 근원"이라고 말한다. 한국 어머니는 어찌 이리도 강한가.
-조선일보 만물상, 2014/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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