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준결선·준결선 1위, 결선서도 선두로 나섰지만
반칙당해 넘어지고 일어서다 또 넘어져도 달려 銅
내일 1500m는 쉬고 다음주 1000m와 계주에 집중
바로 눈앞까지 다가왔던 금빛 메달이었다. 하지만 상대 선수의 반칙이라는, 생각하지도 않았던 불운에 박승희(22·화성시청)의 메달은 구릿빛으로 바뀌었다. 아쉬웠고, 억울한 마음 때문에 순간 울컥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하지만 박승희는 신세대답게 이내 마음을 추스른 다음 웃으며 말했다.
"안타깝긴 하지만 이미 끝났으니 어쩔 수 없잖아요? 넘어진 것도 실력이죠. 그래도 저 메달 땄으니 잘한 거 맞죠?"
13일(한국 시각)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500m 결선. 준결선 성적이 가장 좋았던 박승희는 출전자 4명 중 가장 안쪽인 1번 주자로 섰다. 단거리 500m에서 자리를 잡는 데 가장 좋은 조건이었다.
박승희는 한 번 부정 출발을 했지만, 두 번째 출발에서 주눅 들지 않고 선두로 치고 나갔다. 첫 반 바퀴를 돌고 코너에 접어드는 순간 '운명의 장난'이 일어났다. 영국의 엘리스 크리스티가 무리하게 안쪽을 파고들다 이탈리아의 아리아나 폰타나와 엉켜 넘어졌다. 이 과정에서 박승희를 건드렸고, 박승희는 균형을 잃고 쓰러졌다. 맨 뒤에 있던 중국의 리젠러우가 그 틈을 타 앞으로 달려나갔다. 박승희는 빨리 일어나 달리려다 다시 고꾸라졌다. 크리스티와 폰타나보다도 뒤처졌다. 다시 몸을 일으킨 박승희는 의연하게 남은 세 바퀴 반을 돌아 4위로 골인했다.
경기 후 심판 판정 결과 크리스티가 실격되면서 박승희는 4위에서 3위로 올라서 동메달을 따냈다. 당초 우승 후보로 꼽히지 않았던 중국의 리젠러우가 금메달, 폰타나가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박승희의 동메달은 한국 여자 쇼트트랙이 올림픽 500m에서 딴 실질적인 첫 메달이었다. 1998 나가노 대회 때 전이경이 딴 동메달은 운이 따른 결과였다. 당시 전이경은 준결선에서 탈락한 다음 B파이널(5~8위 결정전)에서 선두로 골인했다. 그런데 결선에서 이사벨 샤레스트(캐나다)와 왕춘루(중국)가 충돌하면서 샤레스트가 실격, 왕춘루가 부상으로 레이스를 마치지 못하면서 전체 성적 5위였던 전이경이 동메달을 승계했다.
한국 쇼트트랙에 소치 첫 메달을 안긴 박승희는 아쉽게도 15일 예정된 1500m 출전을 포기했다. 500m경기 도중 한 번 넘어진 뒤 레이스에 빨리 가세하려다 두 번째 넘어졌을 때 오른쪽 무릎 위쪽을 다쳤다. 전명규 대한빙상연맹 부회장은 "박승희가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한 다음 1000m와 3000m 계주에 전념하기 위해 1500m는 포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 [쿨한 박승희… 선두 달리다 밀려 넘어져, 눈물 났지만, 다시 환한 미소] 16년만에 女쇼트트랙 500m 동메달… 무릎 다쳐 내일 1500m는 불참 - 억울함에 눈물이 흘렀다. 하지만 박승희(22·화성시청)는 자신에게 닥친 불운을 훌훌 털어내며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다. 박승희는 13일 러시아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소치 동계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500m 결선에서 선두를 달리다 뒤따르던 엘리스 크리스티(영국)에게 밀려 넘어지는 바람에 금메달을 놓쳤다. 크리스티가 실격되면서 박승희는 동메달을 차지했다. 1998년 나가노올림픽 전이경 이후 16년 만에 따낸 이 종목 동메달이었다. 무릎을 다친 박승희는 1000m와 계주에 전념하기 위해 15일로 예정된 1500m 경기에는 출전하지 않기로 했다. 넘어진 뒤 일어나 다시 달리려다 또 넘어진(사진①) 박승희가 넷째로 골인한 뒤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사진②). 그러나 잠시후 박승희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다(사진③). /주완중 기자·뉴시스·뉴스1
박승희는 소치올림픽에 출전한 '빙상 삼남매' 중 둘째다. 언니 박승주(24)는 스피드스케이팅, 남동생 박세영(21·이상 단국대)은 쇼트트랙 대표로 나섰다. 어머니 이옥경(48)씨는 삼남매의 태몽으로 각각 뱀·꽃·물 꿈을 꿨다고 한다. 이씨는 "승희를 임신했을 때 화려한 꽃이 집 안에 가득 차 있는 꿈을 꿨다"며 "태몽 덕분인지 승희는 어려서부터 재능이 뛰어나 사람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고 했다.
이씨는 학창 시절 피겨스케이팅 선수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순정만화를 읽고 스케이트에 반해 삼남매를 모두 초등학교 빙상부에 등록시켰다. 경기도 수원 집에서 과천과 태릉 빙상장으로 매일 아이들을 태워나르며 14년간 50만㎞를 달렸다고 한다. 삼남매 중에서도 박승희는 15세 때 대표팀에 발탁됐을 정도로 돋보였다.
박승희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언니와 남동생의 대학 진학, 훈련 비용을 대기 위해 스스로 실업팀을 선택했다. 6년간 삼남매의 집에서 하숙한 대표팀 후배 김아랑(19·전주제일고)과는 이층침대를 함께 쓰면서 친자매처럼 지냈다. 어머니 이씨는 "어린 나이에 대표팀에 뽑혀 혼자 떨어져 있는 시간이 많아서인지 승희가 너무 일찍 철이 든 것 같다"며 "늘 알아서 잘하니까 마음을 많이 써주지 못한 것 같아 엄마로서 미안하다"고 했다.
박승희는 소치 현지에 파견된 서울대교구 임의준 신부와 함께 기도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딸을 위해 간절히 기도했던 어머니 이씨는 "승희가 좋아하는 나물 비빔밥과 된장찌개를 끓여놓고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2014/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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