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오빠,경쟁자에게도 감사"...박인비, '감동의 감사 연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큰 감동을 받았어요.”
이달 22일(미국 현지 시간) 저녁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의 리츠칼튼 리조트.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2013시즌 최종전인 CME그룹 타이틀홀더스(총상금 200만달러) 2라운드 경기 후 ‘올해의 선수상’는 시상식장에서 박인비(25)가 한 ‘수상 연설(speech)’을 들은 다음, 그의 경쟁자인 스테이스 루이스(미국)가 한 말이다.

반짝이는 푸른색 원피스 차림을 한 박인비는 “US여자오픈에서 마지막 퍼트할 때보다 이 자리에서 연설하는 것이 더 떨리네요”라며 말문을 열어 10분동안 영어 연설을 했다.
이 연설을 위해 박인비는 최근 수일동안 하루 한 시간씩 꾸준히 준비하고 연습했다. 이날 연설의 핵심은 3가지, ‘솔직함’과 ‘행복’ 그리고 ‘감사’였다.
박인비는 먼저 "사람들은 내가 감정이 없다고 하고 심지어 요즘엔 '침묵의 암살자'라는 말도 하기 시작했다"며 "그러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은 감정이 없다는 의미가 아니다. 사실 올해 마음 편한 적이 단 한 순간도 없었다"고 ‘솔직한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또 ‘행복’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갑작스럽게 수많은 대중 앞에 나서고 끊임없는 관심을 받는 일이 무척 불편하고 힘들었습니다. 한순간도 쉴 수가 없었고 매 순간 감시당하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올해 큰 성취를 이룰 수 있었던 비결은 스코어나 우승이 아니라 행복이라는 단순한 목표에 집중했기 때문입니다.”
박인비는 ‘감사’ 표시에 상당한 할애를 했다.
“내가 최악의 상황 한가운데 놓였을 때에도 쓰러지지 않도록 가족이 나를 지켜줬습니다.”
6년간 함께해 온 캐디 브래드 비처에겐 “그냥 캐디가 아니라 단 한 번도 내게 불평한 적이 없는 내 가장 좋은 친구 중 하나”라고 했다.
올 시즌 치열한 경쟁을 벌여온 동료 선수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과 스테이시 루이스(미국)에게도 “그들이 나를 밀어붙이고 자극을 줬기 때문에 내가 최선을 다할 수 있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약혼자이자 스윙 코치인 남기협(32)씨에 대해 잠시 울먹였다..
그는 “오빠는 공인도 아니고 골프 잘 치는 선수도 아니다"며 "조용히 있고 싶어 하는 스타일인데 조명받아 불편해한다”고 전했다.
“내 약혼자는 나에게 웃음을 주는 사람이다”며 “그는 엄청난 위험을 끌어안고 나와 함께 하고 있다. 영어를 잘 못하는 데도 불구하고 나와 함께 외국 투어를 다니기로 결정을 했는데 그 이유는 오직 한 가지, 나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박인비는 “사람들은 그가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하지만 정말 운 좋은 사람은 나다. 그가 있어서 골프와 다시 사랑에 빠질 수 있었다”고 했다.
박인비는 연설 도중 남기협씨를 향해 한국말로 “오빠, 고마워. 사랑해”라고도 했다.
그래선지 박인비가 연설을 끝냈을 때 시상식장을 채운 동료 선수와 미디어·기업인들은 모두 기립박수를 보냈다.
두 사람은 내년 가을 한국에서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다
박인비는 최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가을 한국 골프장에서 특별한 웨딩을 하는 걸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별한 웨딩'이 어떤 것이냐는 질문에 박인비는 "한국은 결혼식에 손님을 많이 초대해 분위기가 딱딱하지만 미국은 가족 친지만 초대 우리들만의 파티식으로 한다"며 "한국식과 미국식을 섞은 자연스럽고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결혼식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박인비는 또 “한국 대표로 연설하는 심정으로 (수상 연설을) 철저하게 준비했다"며 "솔직하게 많은 걸 털어놓고 싶었는데 만나는 선수마다 연설이 좋았다고 해서 보람을 느낀다. 올 시즌 목표였던 올해의 선수상을 받고 이제 연설까지 끝내고 나니 아무런 걱정이 없어졌다”며 활짝 웃었다.
-조선일보, 2013/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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