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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A 투어 첫 우승한 양희영 선수

하마사 2013. 10. 22. 18:35

[LPGA 투어 첫 우승한 양희영 선수]

우승날 왜 그리 울었느냐고요? 부모님께 죄송해서요
'리틀 박세리' 로 스포트라이트 받아
8년간의 도전 끝에 기다려온 트로피… 너무 힘들어서 그만두려 한적 있었죠

쓰촨성난민에 유럽투어 상금 기부도

 

             
	20일 미 LPGA 투어 하나외환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한 양희영(오른쪽)이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드디어 하는구나.'

20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하나외환챔피언십 연장전에서 우승을 확정 짓는 버디 퍼트가 들어간 순간 양희영(24·KB금융그룹)은 이런 생각이 맨 먼저 들었다고 했다. 지난 8년 동안 118번 LPGA투어 대회에 출전하며 기다려온 우승이 막상 현실로 다가오니 얼떨떨했다는 양희영은 이내 서러움이 북받쳐 오르는 듯 소리 내 엉엉 울었다. 그렇게 꿈꿔왔던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린 그날 밤 그는 현장에 응원하러 왔던 초등학교 동창과 숙소에서 밤새 수다를 떨었다고 했다.

우승 다음 날인 21일 양희영은 치아 교정 때문에 치과로 가던 길에 전화를 받았다. 전날 왜 그렇게 울었느냐고 묻자, 그는 "부모님께 너무 죄송해서"라고 답했다. 양희영은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어머니를 붙들고 온갖 투정을 부리면서 펑펑 울었던 것밖에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어제 대회장에 계셨던 아버지도 눈물을 흘리시며 '앞으로도 잘해보자'고 하셨다"고 했다.

양희영은 LPGA 투어에서 '지금 당장 우승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선수'로 꼽혀왔다. 초등학교 4학년 때 골프를 시작해 충남 서산중학교를 졸업하고 호주로 골프 유학을 떠났다. 카누 국가대표 선수 출신으로 체육 교사로 재직 중이던 아버지 양준모(49)씨가 학교를 그만두고 딸의 뒷바라지를 맡았다. 2007년 미국으로 거처를 옮길 때는 창던지기 국가대표 선수 출신으로 역시 체육 교사였던 어머니 장선희(49)씨도 직장을 관두고 합류했다.

양희영은 2006년 아마추어 신분으로 유럽여자프로골프 투어 당시 최연소 우승 기록(16세192일)을 세웠고 2008년까지 2승을 더 추가했다. 2008년 유럽 투어 독일여자오픈에서 우승했을 때는 상금 전액을 중국 쓰촨성 지진 난민들을 위해 쾌척해 화제를 모았다. 양희영은 '여자 타이거 우즈' '리틀 박세리' '호주의 미셸 위'로 불리며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러나 미국 투어에 진출한 뒤로는 우승 소식을 전하지 못했다. 양희영은 "나 때문에 직장까지 그만두신 부모님께서 말도 안 통하는 미국에서 고생하시는 게 너무 죄송했다"고 했다.

'연습 벌레'로 통하던 양희영은 올 시즌 들어 극심한 슬럼프를 겪었다고 했다. 샷이나 스윙은 마음에 들었는데 퍼팅이 잘 되지 않았다. 스스로 용기를 내며 마음을 다잡아왔지만 성적이 뚝뚝 떨어지면서 골프에 흥미를 잃었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안 되는데 뭐하러 훈련하나' 하는 생각에 해야 할 일을 전부 미뤄버렸다"며 "골프를 그만둘 결심을 한 적도 있다"고 했다.

US여자오픈 공동 50위, 브리티시여자오픈 컷 탈락에 이어 에비앙챔피언십 공동 67위를 기록하자 양희영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했다.

"어느 순간 '이건 내가 아니다.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스트레스를 다 잊고 처음 미국에 갔을 때 초심으로 돌아가자고 마음먹었죠."

양희영은 지난달 2주간 휴식기에 퍼터를 8번이나 바꾸며 맹훈련을 했다. 자신의 스트로크에 맞는 가벼운 모델로 교체하고 밤이면 녹초가 될 정도로 체력 훈련을 열심히 했다. 그는 오랫동안 우승이 없어 같이 눈물 흘리던 동료에게 "나를 시작으로 다 함께 딛고 일어나자"는 응원을 보내고 싶다고 했다. "승승장구하며 주목받던 어린 시절이나 지금이나 세계 정상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 있다는 것은 똑같지요."

 

-조선일보, 2013/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