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지점부터 100m 뛰듯 '괴물 스퍼트'
100m를 16초9 속도로 뛴 셈 "난 더 빠르게 달릴 수 있다"
'魔의 2시간2분 벽' 곧 깨질 듯
케냐의 윌슨 킵상(31)이 29일 열린 제40회 베를린 마라톤에서 2시간03분23초의 세계최고기록으로 우승했다. 2년 전 같은 대회에서 패트릭 마카우(28·케냐)가 세웠던 종전 세계기록(2시간03분38초)을 15초 앞당겼다.
이번 대회에선 세계최고기록이 나올 수 있는 여러 가지 요소가 잘 맞아떨어졌다. 우선 육상 중장거리 세계 최강국인 케냐의 철각 세 명이 경기 후반까지 선두권에서 치열한 기록 싸움을 펼쳤다. 윌슨 킵상과 엘리우드 킵초게, 제프리 킵상(이상 케냐)이 모두 25㎞ 지점을 1시간13분13초에 통과했다. 마카우가 2011년 세계최고기록을 작성했을 때의 25㎞ 기록(1시간13분18초)보다 빨랐다. 킵상은 30㎞에서 35㎞까지는 잠시 숨을 고르다가 스퍼트를 시작했다. 35㎞부터 40㎞까지 5㎞를 14분36초에 달리며 경쟁자들을 따돌렸다. 40㎞ 지점부터 결승선까지는 100m 평균 16초90이라는 놀라운 스피드로 독주했다. 엘리우드 킵초게가 2위(2시간04분05초), 제프리 킵상이 3위(2시간06분26초)를 했다. 1위부터 5위까지 케냐 선수들이 휩쓸었다.
베를린 마라톤 코스는 세계 주요 마라톤 코스 중 가장 평탄하다고 정평이 나 있다. 최근 남자 마라톤에서 나온 다섯 번의 세계최고기록이 모두 이곳에서 세워졌다. 이날 섭씨 10도 안팎의 날씨 역시 유리하게 작용했다.
- 29일(한국 시각) 열린 제40회 베를린 마라톤에서 2시간03분23초의 세계최고기록으로 우승한 윌슨 킵상이 자신의 조국인 케냐 국기를 몸에 감싼 채 웃고 있다. /로이터 뉴시스
킵상은 우승 상금으로 4만유로(약 5800만원), 세계기록 보너스로 5만유로(약 7260만원) 등 9만유로(약 1억3000만원)를 받았다. 그는 AFP와의 인터뷰에서 "몸 상태가 좋아 막판에 밀어붙였다"면서 "바람이 강하지 않았더라면 더 빠르게 달릴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킵상은 이번 대회 전까지 역대 세계 2위 기록을 가지고 있었다. 2011년 10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마라톤에서 마카우에게 4초 뒤진 2시간03분42초로 1위를 했다. 킵상은 작년 4월 런던 마라톤에서도 2시간04분44초로 우승했다. 작년 8월 런던올림픽 땐 2시간09분37초로 3위를 했다. 베를린 마라톤은 이번이 첫 도전이었다.
2003년 2시간05분 벽이 깨지고 나서 10년 동안 세계기록은 1분32초 빨라졌다. 인간 한계를 시험하는 무대인 마라톤에서 2시간02분대 기록이 나올 날도 머지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한국 마라톤은 뒷걸음질만 계속하고 있다. 남자부 한국기록은 이봉주(은퇴)가 2000년 도쿄 마라톤에서 세웠던 2시간07분20초이다. 역대 한국 남자 마라토너 중 2시간10분 이내 기록을 낸 선수는 8명뿐이다. 이번 시즌 최고기록은 2시간12분53초(성지훈·한체대)에 불과하다.
2013 베를린 마라톤 여자부에선 케냐의 플로렌스 키플라갓(26)이 2시간21분13초로 우승했다. 2011년 대회에 이어 두 번째로 이 대회 정상에 올랐다. 폴라 래드클리프(영국)가 2003년 런던 마라톤에서 우승하며 세웠던 여자부 세계기록(2시간15분25초)은 아직 깨지지 않고 있다.
-조선일보, 2013/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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