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다음날, 처가 식구들과 영월근처에 있는 들골이라는 마을에 갔다.
다슬기가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시골출신이라 자연에서 물고기나 다슬기를 잡고, 밤이나 도토리 줍고, 냉이나 더덕을 캐고, 고사리 꺽는 일 등을 좋아한다.
다슬기를 먹는 것보다 잡는 것이 더 좋다.
들골마을 앞에 평창강이 흐르고 있었다.
넓은 강에서 다슬기가 어느 지점에 많은지 알수가 없었다.
마을길을 따라서 강가로 갔다.
마을을 지나자 강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었다.
모래와 자갈밭이 펼쳐졌다.
자동차 바퀴자국이 있어 들어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자동차를 몰고 들어갔다.
모래밭을 지나다 헛바퀴가 돌기 시작했다.
엑셀을 밟자 땅만 파이고 바퀴는 더 깊이 모래 속으로 들어갔다.
근처에 있는 비닐하우스에서 삽을 빌려와 모래를 파고 자갈을 바퀴 밑에 깔았다.
후진했다가 앞으로 가보았지만 바퀴는 점점 모래 속으로 들어갔다.
당황했고 시간이 갈수록 불안했다.
뒤에서 차를 밀어보았지만 모래위의 바퀴는 빠져나올 줄 몰랐다.
장인어른과 둘이서 땀을 뻘뻘 흘리며 안간힘을 써보았지만 헛수고였다.
아내, 장모님, 처제는 다슬기를 줍느라 바빴다.
차가 나오지 않자 처제가 와서 조언했다.
보험회사에 연락하여 레커차(견인차)를 불러보라는 것이었다.
고장 났을 때만 견인하는 것으로 생각하다가...
전화를 했다.
보험회사에 연락하자 레커차를 보내준다고 하면서 20~30분 기다리라 했다.
위치를 알려주자 전에도 그런 차가 있었다며 안심시켰다.
20분 정도 후에 레커차가 도착했다.
모래 위를 씽씽 달려 내 차 앞에 대더니 밧줄을 걸어 끌었다.
굉음을 내면서 앞에서 끌자 모래에 박혀 있던 차가 빠져나왔다.
레커차는 사륜구동이었고 내 차는 이륜구동이었다.
사륜구동 자동차들이 낸 바퀴자국을 보고 모래로 들어갔던 것이 큰 잘못이었다.
남들을 따라하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
애초에 들어가지 말았어야 하는 길이었다.
아주 혼이 났다.
레커차가 오지 않았다면 지금까지도 모래사장에서 차와 씨름하고 있을지 모른다.
장모님이 웃으시면서 앞으로는 차를 가지고 모래근처에도 가지 말라 하셨다.
중요한 교훈을 얻었다.
혼자서는 아무리 발버둥을 치고 노력해도 되지 않는 일이 있었다.
고생만 할 뿐이었다.
전화를 걸어 레카차를 부르면 쉽게 해결되는 것이었지만.
기도가 똑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덩이에 빠져 발버둥을 칠수록 오히려 더 깊이 빠져들 뿐이지만...
하나님께 기도하면 레카차가 달려와 구덩이에서 건져주듯이 문제를 해결해주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