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노출/삶자락이야기

자취방

하마사 2013. 9. 12. 11:46

대학생 아들이 한 학기를 통학버스로 다녔다.

서울소재 대학을 갔으면 고생을 덜 할 텐데.

자취를 하겠다고 하여 원룸을 얻었다.

방 한 칸에, 작은 부엌, 화장실이 있는 3층의 집이었다.

4개월 계약으로 보증금과 월세를 지불했다.

아들에게 필요한 품목들을 챙겨 이사를 했다.

밥솥, 이불, 식탁, 그릇, 도마, 수저, 휴지통, 휴지, 거울, 옷걸이, 실내화, 등...

작은 살림살이였다.

빠뜨린 물품은 가까운 대형마트에서 구입했다.

부모의 품을 떠나는 훈련을 시작했다.

혼자 있으면서 부모의 존재를 생각하게 될 것이다.

아들을 이사시키면서 내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고등학교와 대학교 시절 자취를 했다.

말이 자취이지 실제로는 할머니가 밥을 해주셨다.

많은 추억을 간직한 시절이다.

고등학교 근처에서 자취를 할 때 아침을 못 먹고 가는 날이면 할머니가 도시락을 들고 학교에 오셨다.

당시는 부끄러웠다.

쌀과 반찬을 들고 버스를 오르내리며 남들의 시선이 신경 쓰였던 예민한 시절이었다.

연탄가스를 마셔 누운 채로 천장이 빙빙 도는 경험도 했다.

손자를 살리겠다고 분주하게 김치국물을 떠먹이시던 천국에 계실 할머니의 손길이 그립다.

글쎄, 아들은 어떻게 자취생활을 할까?

그 시절, 아빠가 경험했던 추억은 공유할 수 없을 것이다.

밥은 잘 해먹고 있는지?

한 학기를 마치고 군대를 간다니.

부모의 품이 얼마나 넓고 큰지를 혼자 있으면서 알아가기를 기대한다.

아빠보다 키와 몸집이 훨씬 큰 아들이지만 아직도 미덥지가 않다.

혼자서 잘 지내겠지?

소통을 잘하는 아들이 선후배, 친구들과 재미있게 학교생활 하리라 믿는다.

세월이 지나 아빠처럼 자취방 시절을 그리워할 날이 있겠지.

추억은 새로운 경험을 통해 쌓여간다.

아들의 자취생활이 좋은 추억을 만들어가는 소중한 시간이 되기를 소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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