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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톱 닥터 1%'에 꼽힌 한국인, 김현동 교수

하마사 2013. 9. 13. 15:00

[머리에 총알 관통한 기퍼즈 의원 회복시킨 신경외과醫]

"작가 돼볼까 소설 도전, 실력 미달… 변호사 돼볼까 법학공부, 재미없어
의대수업 참관했다 이거다 싶었죠, 是非 가리는 뇌의 신비에 매료돼
좋아하는 일 찾아낸 것이 성공 요인… 싫은 일 참아내는 덴 한계 오니까요"

 

미국 애리조나주(州) 투산의 한 쇼핑센터에서 2011년 1월 8일 제러드 러프너(당시 22세)가 총기를 난사했다. 6명이 사망하고 12명이 중상을 입었다. 그 자리에서 개브리엘 기퍼즈 연방 하원의원이 총을 맞아 쓰러졌다. 러프너는 불과 2m 앞으로 다가가 총을 쐈다. 총알은 기퍼즈 의원의 관자놀이를 뚫고 머리를 관통했다. 다행히 기퍼즈 의원은 기적적으로 살아났고 총기 규제 법안 추진에 앞장설 만큼 재활에도 성공했다. 기퍼즈 의원을 치료한 의사가 한국인
김현동(49) 텍사스대 의대 신경외과 교수다. 그가 서울에서 8일 열리는 세계신경외과학회 참석차 한국을 찾았다.

"우리 병원으로 옮겨 온 기퍼즈 의원은 뇌가 많이 부어올라 있었어요. 뇌에 고인 피와 물을 빼주는 수술을 하면서 손상을 최소화하는 데 집중했죠. 처음엔 언어와 균형 감각을 담당하는 뇌 손상이 심해 말을 못 하고 걷지도 못했는데, 지금은 정상인에 가깝게 생활하고 있어요."


	최근 서울에서 열린 세계 신경외과학회 참석차 한국을 찾은 김현동 미국 텍사스대 의대 신경외과 교수는 지난 9일“성공하려면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를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에서 열린 세계 신경외과학회 참석차 한국을 찾은 김현동 미국 텍사스대 의대 신경외과 교수는 지난 9일“성공하려면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를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덕훈 기자
김 교수는 스탠퍼드대를 우등으로 졸업하고 UC샌프란시스코 의학대학원을 1990년 졸업했다. 2003년부터 5년 동안 하버드대 의대 교수를 역임했다. 지난해 미국 주간지 'US뉴스앤드월드리포트'가 선정한 '톱 닥터(top doctor) 1%'에 선정됐다. 미국 의사 중에서도 1% 안에 들어간다는 뜻이다. 뇌동맥이 부풀어오르는 뇌동맥류 치료의 권위자로 줄기세포 치료법 연구로도 미국에서 유명하다.

김 교수는 미국 뉴욕 시러큐스대 석사과정에 진학한 아버지를 따라 1972년 이민을 갔다. 초등학교 2학년에 편입한 그는 공부를 잘하지 못했다. 영어를 몰라 학교 수업을 따라갈 수 없었다. 하지만 중학교에 올라가면서 달라졌다. "하고 싶은 일을 하려면 대학에 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학교 수업과 예습·복습만으로도 성적이 올라갔어요. 미국 학생들은 공부를 열심히 안 하거든요(웃음)."

그는 미국 대학입학자격시험(SAT)에서 1% 안에 들어가는 높은 점수를 받아 1982년 스탠퍼드대에 입학했다. "SAT에서는 비슷한 단어들이 어떤 상황에서 다르게 쓰이는지를 묻는 문제가 많이 나와요. 평소 다양한 분야의 책을 많이 읽어 단어들의 미묘한 차이를 잘 알고 있었어요." 도서관학을 전공할 정도로 책을 좋아하는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그 역시 애독가였다. 그의 아버지는 미국 닛산자동차 사내 도서관 사서를 하며 자녀들을 키웠다.

성공의 요인에 대해 김 교수는 '좋아하는 일을 찾은 것'이라고 했다. 대학에 입학해 처음엔 작가가 되려고 했다. 여러 차례 수필과 소설을 써봤지만 수준 이하였다. 작가의 길은 일찍 포기했다. "변호사가 돼볼까" 하는 생각에 영국 옥스퍼드대에 교환학생으로 가 법학을 공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스탠퍼드에서는 학생들이 어떤 수업이든 들을 수 있어요. 학생들이 재능을 찾도록 해주는 거죠. 전공을 바꾸는 일도 흔해요."

의대 수업을 참관하고 나서 의사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사람이 감정을 느끼고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게 하는 뇌의 신비에 매료됐어요. 우리의 마음에 영향을 미치는 질병과 상처를 치료해주고 싶었지요. 뇌에 대한 외과적 치료는 마음을 치유하는 직접적 수단입니다."

자녀들에게도 저마다 흥미를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 "한 분야에서 성공하려면 정말 치열하게 해야 하는데 싫어하는 걸 참아가며 하는 데엔 한계가 있어요." 그는 정치학자가 되고 싶어 하는 아들 윌리엄을 큰 명문대 대신 인문학이 강한 콜로라도칼리지라는 학생 2000명 수준의 작은 대학에 보냈다. 딸 케이티(15)는 아직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있다고 한다.

김 교수는 한국에서 가장 가고 싶은 곳으로 경북 안동을 꼽았다. "신경외과에서 함께 일하는 대니얼 김(52) 교수가 나와 같은 안동 김씨라는 사실을 지난해 8월에 알았어요. 친척처럼 느껴지더군요(웃음). 미국에서 자라 본관이나 뿌리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는데 안동에 가서 그런 느낌을 받아보고 싶습니다."

-조선일보, 2013/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