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 기업, 1등이 되고 싶은가? '우리'를 보라
[만년 꼴찌 우리은행 농구팀 1년만에 우승시킨 위성우 감독의 '세가지 기적의 리더십']
1. 독하게
"차라리 개가 부러웠어요" 극한 훈련에 선수들 눈물… 다른 팀보다 3배 더 훈련
2. 크게
"꼴찌에서 1등 불가능 아니다" 큰 목표 잡고 선수들 독려
3. 작게
"남자 고교생과 붙어보자" 작은 성공부터 맛보게 만들어
- ▲ 이순우 우리은행장
지난 4년간 꼴찌였던 기업이 갑자기 1등이 됐다면. 종업원들도 그대로고, 업종도 바뀌지 않았는데 단지 리더의 교체로 달성한 성과라면 어떤가.
이 기적은 기업의 얘기가 아니라 우리은행 농구팀의 스토리다. 위성우(42) 여자 프로농구 우리은행 한새농구단 감독은 데뷔 첫해 정규 리그에 이어 지난 19일 챔프전까지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그가 이끈 팀은 지난 시즌까지 내리 4년간 6개 구단 가운데 꼴찌였다. 선수들은 지난 시즌과 한 명도 달라지지 않았다. 올 시즌 중반에 외국인 선수 제도가 부활하면서 미국에서 티나 톰슨(40)을 데려온 것이 전부였다. 그도 무명의 초보 감독이었다. 프로 시절 식스맨(여섯 번째 선수·농구에서 주요 교체 선수를 말한다)으로 지냈다. 그와 그의 팀이 우승컵을 들어 올린 비결은 뭘까? 경영자들은 종종 스포츠 세계에서 통찰력을 얻는다. 우리은행 농구팀의 성공 스토리는 세계적 경영 컨설턴트 짐 콜린스가 '위대한 기업의 선택' 등에서 언급했던 비결들과 놀랍도록 닮았다.
◇광적인 규율
지난 23일 서울 장위동 우리은행체육관에서 만난 위 감독은 "우리 팀이 다른 팀보다 세 배는 더 훈련을 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완전히 다른 팀이 되기 위해서는 두 배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세 배는 돼야 변화가 생긴다고 봤다"고 했다. 다른 팀은 오후 훈련을 3시 30분부터 7시까지 3시간 남짓 하지만 위 감독은 10시까지 훈련을 하는 경우도 많았다. 한 선수는 "훈련장을 지나가는 개가 부러울 만큼 훈련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 ▲ 위성우 감독은 신문에 실을 사진을 찍자고 하자 농구공부터 찾았다.“ 농구공 없이 찍은 사진은 거의 없다”고 했다. 그는“감독은 선수들이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사람”이라며“내가 최선을 다해야, 선수들에게 최선을 다하라고 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
◇크고 대담한 목표
우리은행 농구팀 선수들은 왜 그의 지독한 훈련을 따랐을까. 위 감독은 "더 이상 꼴찌라는 낙인이 찍힌 채 살 수 없다는 생각을 희미하게나마 갖고 있던 선수들에게 '저 감독과 함께라면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준 것이 이유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위 감독의 뒤에는 구단주인 이순우 우리은행장이 버티고 있다. 위 감독은 "이순우 행장과 처음 만난 날 '믿고 맡기겠다. 목표는 우승이다. 우승을 하는 데 필요한 건 뭐든지 도와주겠다'고 해서 키는 작아도 배짱이 있는 분이구나, 나하고 맞는 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행장은 약속을 지켰다. 위 감독은 "이번 시즌 동안 행장님이 8~9번은 경기장을 찾아오신 것 같다"면서 "선수와 코치 생활을 하면서 이렇게 관심을 보여주는 구단주를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 행장은 작년 크리스마스 때 외국인 선수 톰슨의 아들(9)에게 줄 선물까지 챙겼다.
짐 콜린스는 "위대한 기업의 리더 가운데는 성격이 괴팍한 사람도 적지 않지만, 일에 대한 그들의 야망이 사람들을 매혹할 만큼 가치가 있기 때문에 따라온다"고 했다.
◇작은 성공과 행운
우리은행 농구팀은 작년 8월 고교 남자 농구팀과 연습 경기를 시작했다. 그동안 우리은행 선수들은 남자 중학교 팀과만 연습 경기를 해왔다. "첫 경기를 해보니 강한 체력 훈련 덕분에 우리 선수들이 이기는 겁니다. 그런데 3쿼터까지 12점 차로 이기다 4쿼터에 뒤집어졌어요." 경기가 끝나고 선수들은 밤늦게까지 지옥 훈련을 했다. 그렇게 하고도 5~6번 같은 모습이 반복됐지만 결국 이겨냈다. 위 감독은 "여자 농구팀이 남자 고교 팀에 이기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작은 성공'이었지만 선수들에게 큰 자극이 됐죠"라고 말했다.
물론 행운도 있었다. 예상치 않은 외국인 선수의 확보다. 우리은행 농구팀이 1위를 지키고 있는 상황에서 시즌 중반 외국인 선수 제도가 부활했다. 우여곡절을 거쳐 마흔 살의 포워드 티나 톰슨을 뽑았다. 나이가 많아 다른 팀은 외면했던 선수지만, 경기당 20점대의 득점을 올리며 맹활약했다. 짐 콜린스가 암젠·인텔 등 다른 동종 기업보다 10배 이상 주가가 높은 기업들을 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이들 기업은 다른 기업과 비슷한 정도의 행운을 경험했다. 다만 행운이 왔을 때 이를 어떻게 활용했느냐가 달랐을 뿐이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위 감독은 이런 말을 했다. "시즌 내내 거울을 보면서 이렇게 물었죠. 네가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느냐고." 짐 콜린스는 아마도 위대한 조직에서 보이는 '생산적 피해망상'이라고 해석할 것이다.
-조선일보, 2013/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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