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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사임

하마사 2013. 2. 12. 18:43

 

베네딕토 16세 "고령으로 업무 힘들어"… 교황 자진 사임은 598년 만에 처음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11일 오전 바티칸에서 추기경 회의를 마치며 사임 의사를 밝히고 있다. 교황은 오는 28일 교황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AP 뉴시스
교황 베네딕토 16세(85)가 오는 28일 사임할 예정이라고 11일 성명을 통해 밝혔다. 86세 생일을 두 달 앞둔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이날 라틴어로 작성한 성명을 통해 "하느님 앞에서 나의 양심에 묻기를 되풀이한 결과 고령으로 인해 교황으로서의 공식 업무를 더 이상 수행하기 어렵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교황은 이번 사임의 중대성을 잘 알고 있으며, 자신의 의지에 따른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나를 도와준 분들의 사랑과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하며 나의 부족함에 대해 용서를 구한다. 앞으로의 삶을 기도에 전념해 신에게 헌신하겠다"고 성명을 매듭지었다. 교황청은 후임 교황을 선출하기까지 교황직 공석 기간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2005년 4월 19일 제265대 교황에 올랐다. 그는 독일 출신으로 동성애, 이혼, 인간복제, 혼전 성관계 등에 엄격한 입장을 지켜왔다.

교황이 자진 사임한 것은 1415년 교황 그레고리 12세가 사임한 이래 598년 만이다. 그레고리 12세는 교황의 정통성을 둘러싼 알력 때문에 물러난 것이어서 '자진 사임' 여부에 대해선 이견이 있다. 그래서 1294년 교황 첼레스티노 5세 사임 이래 719년 만에 첫 자진 사임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교황의 친형 게오르크 라칭거(89)씨는 "동생은 의사로부터 '더 이상 대서양 횡단 일정을 소화하기 어렵다'는 조언을 들었으며 체력이 쇠잔해져 수개월 전부터 사임을 고려했다"고 말했다고 AP 통신이 보도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2010년 출간한 대담집 '세상의 빛:교황, 교회 그리고 시대의 징후'에서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그리고 영적으로 더 이상 교황 업무 수행이 어렵다고 느껴질 경우 사임할 권리가 있으며 경우에 따라선 의무이기도 하다"고 밝힌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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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사임과 천주교 교회법]
자유 의사에 따른 사퇴 가능

 

교황도 사임할 수 있는 걸까. 천주교 교회법에 따르면 가능하다. 하지만 그런 사례는 과거에도 매우 드물었다. 일반적으로 천주교 교황은 종신직으로 간주돼왔다. 전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경우, 병세가 계속 악화하던 지난 2002년 교황이 사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한 나는 이곳에 있겠다"며 계속 수행할 뜻을 밝힌 적도 있다.

교황 사임에 관한 규정은 교회법전 제332조 2항. "교황이 그의 임무를 사퇴하려면 유효조건으로서 그 사퇴가 자유로이 이루어지고 올바로 표시되어야 하지만, 아무에게도 (그 사퇴의사가) 수리될 필요는 없다"는 내용이다. 교회법에 정통한 천주교 관계자는 이를 "교황의 사임 여부는 전적으로 본인의 판단에 달린 문제이며, 자신의 의사를 정당하고 자유롭게 표현한다면 생존 시에도 물러날 수 있다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역사적으로 스스로 사임한 교황이 매우 드물다. 대표적인 사례는 제192대 교황 성 첼레스티노 5세(Celestino V·1215~1296). 그는 본래 은수(隱修) 생활을 하던 수도자로, 13세기 말 교황 후계를 둘러싸고 유력 가문들 간의 다툼이 벌어지자, 추기경들이 '교황청 정치'와 거리가 멀었던 그를 1294년 7월 교황으로 선출했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 '교황에게 사임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교령을 발표하고, 그해 12월 사임한 뒤 수도생활로 돌아갔다. 수원가톨릭대 교수 최인각 신부는 "별명이 '천사들의 교황'으로 불릴 만큼 수도생활에 철저했던 분"이라고 했다.

그레고리 12세(Gregory XII· 1325~1417)도 생전에 사임한 교황이다. 그는 프랑스 아비뇽과 이탈리아의 로마·피사에 2~3명의 교황이 난립하던 시기인 1406년 로마의 추기경들에 의해 교황으로 선출됐다. 하지만 그가 자의로 사임했는지는 논란이 있다.

이 밖에 제251대 교황 비오 7세(재위 1800~1823)는 1804년 나폴레옹의 대관식을 위해 파리에 갈 때 프랑스에서 감금당할 것을 대비해 미리 사퇴서를 써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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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딕토 16세 "28일 사임"]
85세 고혈압·퇴행성 관절염 "급속한 변화와 혼란의 시대 교황청 이끌기 위해선
육체와 정신의 강인함 필요"
작년 비서의 비밀문서 유출, 최근 사제들 성추문으로 곤혹

 

"하느님 앞에서 나의 양심에 거듭 물었습니다. 고령으로 교황 역할을 적절하게 수행할 만한 힘이 더는 남아 있지 않다는 확신에 이르렀습니다."

11일(현지 시각) 사임 의사를 밝힌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교황청을 통해 공개한 성명에서 자신의 사임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교황은 1927년생으로 현재 만으로 85세이다. 고혈압을 앓고 있으며, 2년 전부터 퇴행성 관절염으로 이동식 연단을 사용하는 등 거동에 불편을 느꼈다.

베네딕토 16세는 성명에서 "급속한 변화와 신앙생활에 대한 의문으로 혼란스러운 지금 교황청을 이끌고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서는 육체와 정신의 강인함이 필요하다"며 "하지만 지난 몇 달간 나에게 주어진 임무를 적절히 수행할 수 없을 정도로 기운이 약해졌다"고 밝혔다.

베네딕토 16세는 이전에도 자신의 건강이 나빠지면 스스로 교황직에서 물러날 뜻을 밝혔다. 2010년 발간한 대담집 '세상의 빛:교황, 교회 그리고 시대의 징후'에서 육체적·정신적으로 교회를 이끌기 어렵다고 생각되면 교황직에서 물러나는 것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적었으며, 평소에도 자신의 기억력이 온전할 때 퇴위 문제를 공개적으로 논의하겠다고 이야기했다.

추기경 회의서 사임 발표 - 고령에 따른 건강 문제로 11일(현지 시각) 사임 의사를 밝힌 교황 베네딕토 16세(연단 위 가운데 앉은 이)가 이날 바티칸에서 추기경 회의를 소집해 자신의 사임 소식을 알렸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오는 28일 공식 사임하며 후임 교황은 다음 달 말까지 선출될 것이라고 교황청이 밝혔다. /로이터 뉴시스
교황은 2005년 즉위 이전에 두 차례 뇌졸중을 겪는 등 이전에도 건강 문제가 계속 논란이 됐다. 그는 교황직 수락 연설에서 베네딕토 16세를 재위명으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 "베네딕토 15세의 짧은 재위 기간(1914~1922)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교황은 "이번 행동(사임)의 심각성을 알지만 완전한 자유 의지로 사임을 선언한다"며 "2013년 2월 28일 20시에 퇴임할 것이며 새로운 교황을 선출하기 위한 콘클라베(추기경단 비밀투표회의)가 소집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교황의 퇴임 발표는 측근들조차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전격적이었다. 페데리코 롬바르디 교황청 대변인은 "가장 가까운 사람들도 교황의 사임을 알지 못했다"며 "모두 교황의 사임을 믿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리오 몬티 이탈리아 총리도 "예상치 못한 소식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교황은 계속되는 건강 악화설에도 지난해 9월 직접 레바논을 방문해 이슬람 종교 지도자 등을 만나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해왔다. 지난 연말에도 크리스마스 전야 미사를 직접 집전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교황의 퇴임에 건강 이외에 또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베네딕토 16세는 지난해 5월 2006년부터 수행 비서로 일해 온 파올로 가브리엘레(47)가 교황청 일부 고위 성직자의 부정과 비리 의혹을 담은 내부 비밀문서를 언론에 유출한 이른바 '바티리크스(Vatileaks)' 사태를 겪었다.

교황은 지난해 연말 가브리엘레가 복역 중이던 교도소를 방문해 그를 사면했지만 당시 일로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근 잇따른 사제들의 성추문도 교황을 곤혹스럽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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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딕토 16세 누구인가]
가톨릭 정통敎理의 수호자 동성애·인간복제 반대

전 세계 12억 가톨릭 신자의 수장(首長)인 베네딕토 16세는 독일 남부 바이에른 출신으로 2005년 4월 제265대 가톨릭 교황에 즉위했다. 본명은 요제프 라칭거. 베네딕토 16세는 즉위명이다. 즉위 당시부터 고령(高齡·당시 78세)이라는 이유로 '과도기적 교황'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58세에 즉위했다.

10세 때 나치 청소년 조직인 히틀러 유겐트에 가입했으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방공포대에 징집된 사실이 교황 선출 회의인 콘클라베에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1951년 사제 서품을 받은 베네딕토 16세는 젊은 시절 유명한 개혁파 신학자였으나 1968년 미국과 유럽의 대학가를 휩쓴 학생운동을 겪으며 정통주의자로 선회했다. 1977년 6월 바오로 6세에 의해 추기경에 임명됐고, 1981년부터 교황청 신앙교리성 장관으로 일하며 '가톨릭 정통 교리의 수호자'로서 해방신학, 종교다원주의, 사제 결혼, 여성의 사제 서품, 낙태 등 주요 쟁점에 대해 굳건하게 반대 입장을 지켰다.

1969년 독일 레겐스부르크대 신학 대학원 시절, 교수였던 교황을 만난 김정희 전남대 명예교수는 교황이 전통 유교사상은 물론 단군신화까지 알고 있었다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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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임은 언제 어떻게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후임 교황은 다음 달 24일쯤 회의를 시작해 3월 말 결정될 것이라고 교황청이 11일 밝혔다. 교황이 선종해 추모 기간을 두는 전통과 달리 이번 경우는 자진 사임이어서 교황 선출을 위한 바티칸 추기경 회의 소집이 신속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AP통신이 보도했다. 교황청 대변인은 "교황직 공석이 불가피하지만 그 기간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교황청 대변인은 "베네딕토 16세가 부활절(올해 3월 31일)일정이 이미 빽빽하게 잡혀 있는 점을 고려해 사임 일정을 잡았을지 모른다"고 밝혔다.

새 교황은 전통에 따라 추기경들의 선거 회의에서 무기명 투표로 선출되며 수석 추기경이 이 작업을 이끈다. 비밀회의에는 80세 미만 추기경들만 참석할 수 있는데 현재 120명 정도의 추기경이 자격을 얻는다.

후임 교황으로 몇 명이 거론되지만 유력 후보는 없다고 AP가 전했다. 2005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타계한 뒤 베네딕토 16세가 후임으로 부각됐던 것과는 비교되는 상황이라고 외신이 전했다.

후임 교황은 최초의 비(非)유럽인이 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럴 경우 남미 출신일 수도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전 세계 가톨릭 신자 12억명 중 남미 가톨릭 신자 비율은 42%를 차지해 유럽 신자 비율(25%)보다 높다. 로이터는 남미 출신으로 오질로 셰레르(브라질) 상파울루 교구장, 레오나르도 산드리(이탈리아계 아르헨티나인) 교황청 동방교회성 장관, 아프리카 출신 피터 턱슨(가나) 교황청 정의·평화평의회 의장, 유럽 출신 알겔로 스콜라(이탈리아) 밀라노 대교구장, 크리스토퍼 쇤버른(오스트리아) 빈 대교구장 등을 후보로 열거했다.

 

-조선일보, 2013/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