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야구 간판급 강타자인 덕수고 이정호군이 체육 특기생이 아닌 일반 학생과 똑같이 수능을 치러 서울대 체육교육과에 합격했다. 이군은 올해 고교야구대회 23경기에 외야수로 출전해 타율 0.310을 기록했고 청룡기대회에서 우승할 때는 12타수 6안타, 타율 0.500을 올렸다. 서울대는 체육특기생 전형이 따로 없다.
이군은 매일 오후 5시까지 정상 수업을 하고 밤 10시까지 야구 훈련을 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선 다시 공부에 매달리느라 하루 세 시간밖에 못 잤다고 한다. 공부와 운동 어느 한 가지도 제대로 하기 힘든 상황에서 이군은 뚜렷한 목표를 세우고 이를 강한 정신력으로 실천해 좁은 문을 통과했다. 이군은 서울대 야구부에 들어가 운동과 공부를 함께 하고 졸업 후엔 서울대 출신 첫 프로야구 선수나 야구 행정가가 되겠다고 꿈을 밝혔다.
이군은 초등학교 때 전교 1등을 할 만큼 공부를 잘했다. 이런 이군이지만 고교야구 주말리그제가 없었더라면 운동과 공부를 병행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정부는 작년부터 평일에도 치르던 고교야구 경기를 주말에만 열게 했다. 운동선수도 공부의 바탕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중학교 때 야구를 시작하며 성적이 떨어졌던 이군도 고2 때부터 주중에 수업을 받으면서 성적을 다시 올릴 수 있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체육 특기자로 성공을 꿈꾸며 운동만 하는 학생이 11만명쯤 된다. 그중 프로선수나 스포츠 지도자가 되는 학생은 1%도 안 된다. 대다수는 새 인생을 사는 데 필요한 교양이나 직업 능력을 갖추지 못한 채 사회로 던져진다. 선진국처럼 '공부하는 학생 선수'가 상식이 되도록 학교 체육의 틀을 바꿔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2012/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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