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교육은 모든 가정의 으뜸 관심사다. 대통령 가정이라 해서 다를 게 없다.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열네 살, 열한 살 두 딸은 TV 시청은 주말에만 할 수 있고 컴퓨터는 숙제를 할 때 말고는 일절 켜지 못한다. 이번 달 고등학생이 된 큰딸은 휴대폰을 갖는 것까지는 허락받았지만 주말에만 사용할 수 있다. 두 딸은 아버지가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지난 6일 밤 자정 무렵까지 노스캐롤라이나 샬럿 전당대회장에 있다가 '무슨 일이 있어도 학교에는 가야 한다'는 엄마 미셸의 지침에 따라 520㎞ 떨어진 워싱턴으로 밤새 날아가 이튿날 아침 7시에 등교했다.
두 딸은 평소에도 각자 두 가지씩 운동을 하고, 세계여행을 할 때는 어디를 구경하든 보고 배운 것을 반드시 글로 써야 한다. 방 청소는 스스로 해야 하고, 과자는 식사를 다 마친 후에만 먹을 수 있다. 미셸은 왜 그렇게 아이들을 엄하게 가르치느냐는 물음에 "대통령의 딸이라고 해서 '공주님'이 아니다. 스스로 제 몫을 할 수 있는 책임감과 경쟁력을 길러야 한다"고 답했다. 미셸의 자녀 교육 첫머리에 TV·컴퓨터·휴대폰 문제가 오르는 걸 보면 미국서도 그게 가정의 두통거리인 모양이다.
아동·청소년기는 다양한 경험과 세상과의 접촉을 통해 내가 누구인가 하는 자아(自我) 의식을 형성해가는 시기다. 그 주요 통로가 부모·형제·친구들과 많은 시간 함께 나누는 대화다. 책을 읽으며 생각을 깊고 넓게 하는 것도 자아 인식 확립에 도움이 된다.
우리 청소년 중 50%는 하루 평균 4시간 컴퓨터를 끼고 살고, 37%가 휴대폰이 없으면 불안을 느낀다. 매일 평균 1시간 30분씩 TV 앞에 앉아 있다. 그러면서 일주일에 두 번 이상 땀을 내는 운동을 한다는 청소년은 10명 가운데 4명밖에 안 된다. 입시(入試)에 반영되는 봉사활동을 빼면 공부 이외엔 하는 게 없다. TV나 컴퓨터의 단세포적인 예능 프로그램과 폭력적인 게임에 빠진 상태에서 휴대전화로 짤막한 문자만 주고받다 보니 사고력과 창의력, 문장력을 키울 틈도 없다.
그런 뜻에서 자녀의 TV·컴퓨터·휴대폰 사용을 관리하는 미셸의 고민과 지혜는 우리 어머니들에게도 뭔가를 이야기해주는 듯하다.
-조선일보 사설, 2012/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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