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제는 고용 없는 성장으로 청년 실업이 심각하고 소득 양극화도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이 때문에 경제민주화와 복지가 지난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되었다. 앞으로 경제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일자리 창출이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도 이스라엘과 같은 창업국가가 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이스라엘과 우리나라를 비교해 보면 크게 세 가지 점에서 차이가 있다.
첫째는 교육이다. 이스라엘에는 투자가치가 있는 창업아이디어가 많다. 벤처기업에 투자하려는 민간기업과 투자자들이 5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인다. 나스닥에 상장된 이스라엘 업체의 수는 최근 보도에 의하면 64개나 된다. 미국을 제외하면 다른 나라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가장 많다. 이 모든 것이 이스라엘의 수준 높은 교육 덕분이다. 이스라엘은 군도 인재를 양성한다. ‘탈피오트(Talpiot)’ ‘8200’ 등과 같은 엘리트부대에 소속되면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을 다니는 것보다 이점이 더 크다고들 말한다.
이스라엘은 질문하게 하고 생각하는 교육을 한다. 우리는 입시 위주의 암기식 교육으로 지식은 많을지 모르지만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내가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할 것인가를 아는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을 길러내지 못한다. 문제의식이 없기 때문에 도전정신을 가지고 새로운 미래를 창조하려는 기업가적 사고가 부족하다. 그래서 상당수 대학 졸업생은 남들이 부러워하는 대기업에만 몰리고 정작 자기의 비전을 실현시킬 수 있는 중소기업은 거들떠 보지 않는다. 우리 교육시스템을 전면적으로 개편해 기업가적 인재를 육성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문화다. 혁신과 창업이 이뤄지려면 대화와 협력이 잘 이뤄지는 개방적 문화, 실패를 장려하는 도전적 문화가 있어야 한다. “우리의 성공 원천은 토론”이라고 말한 이스라엘 IT보안업체 사장의 말대로 이스라엘은 말단 직원이 사장에 반대하는 의견을 내놓을 수 있는 개방적 사회이고 전쟁 중에도 부하 장병들이 상관을 갈아 치울 수 있는 도전적인 사회다.
우리는 권위주의에 물들어 아랫사람은 윗사람이 말할 때 가만있어야 본전 하는 것이고 토론문화가 없다고 할 정도로 폐쇄적이다. 대부분의 회의가 현황보고로 시작해 지시로 끝난다. 어느덧 한국 사회는 안정을 추구하는 사회가 되었다. 그러나 싸이와 같은 한류를 만들어내는 젊은 세대가 탈권위적이고 개방적으로 바뀌어 가고 있기 때문에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셋째, 벤처 관련 정책이다. 이스라엘의 산업통상노동부 산하 수석과학관실은 10년 넘게 CEO나 벤처투자 경험을 가진 100 여 명의 석·박사 소지자로 구성돼 있다. 연간 100억 달러의 예산을 가지고 26개의 인큐베이터 시스템을 통해 창업을 지원한다. 환경기술·생명공학 등 10~15년 앞을 내다보는 고위험 프로젝트에 예산의 70%를 집중한다. 지원에 따라 매년 매출액의 3~3.5%를 로열티로 받는다.
우리는 단기적으로 연구개발(R&D) 예산을 배분하고 민간 참여가 없을 뿐 아니라 로열티도 받지 않는다. 이렇기 때문에 매년 R&D 예산을 쓰지만 회수되는 것은 거의 없다. 중소벤처기업을 지원하는 기보·신보의 자본금도 고갈되고 있다. 이스라엘의 요즈마 펀드는 1993년 2억 달러로 출발했는데 지금은 40억 달러로 늘었다. 이제 우리도 정부 돈을 쓸 때 민간에게 나누어준다는 시혜적 차원이 아니라 성과를 내는 기업에 투자한다는 투자적 차원으로 정책을 바꾸어야 한다. 수석과학관실과 같은 결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전문적 집행기관을 두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노부호 서강대 경영학과 명예교수
-중앙일보, 2013/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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