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본질/교육

체육수업

하마사 2013. 1. 5. 10:23

대전대학교는 2011년부터 신입생들에게 '스포츠 건강 체력 인증제'를 하고 있다. 학생들이 2학점짜리 체육 과목을 들으면서 다섯 가지 체력 테스트를 통과해야 하는 제도다. 윗몸 일으키기, 20m 왕복 달리기, 윗몸 앞으로 굽히기, 50m 달리기, 팔굽혀 펴기를 모두 3등급 안에 들어야 한다. 윗몸 일으키기를 예로 들면 남학생은 1분에 38차례, 여학생은 24차례가 합격선이다. 지난 2년 신입생 5%쯤이 테스트에서 떨어졌다.

▶불합격한 학생은 체육 과목을 다시 들으며 줄넘기·달리기·트레킹 같은 보충 훈련을 받는다. 그러고도 끝내 인증을 못 받으면 졸업을 하지 못한다. 학생들 반응은 나쁘지 않다고 한다. 입시 공부에 치여 형편없이 떨어진 근력·순발력·유연성을 키우고 활기와 자신감을 되찾았다고 반긴다. 대전대는 입학생 체격은 날로 커지는데 체력은 오히려 떨어져 그대로 두면 건강한 대학 생활을 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오래전 중·고등학교에서 사라진 '체력장(章)'이 대학에서 부활한 셈이다.

▶운동을 하면 뇌에 혈액과 산소를 활발히 공급해 두뇌까지 좋아진다. 협동심과 공동체 의식도 길러준다. 그러나 10대 여학생 70%, 남학생 절반이 운동을 아예 하지 않는다. 교육과학부의 가이드라인 '주 5일, 하루 60분 이상 운동'을 실천하는 학생은 열에 하나도 안 된다. 일주일에 2~3시간 체육수업이 있어도 고학년이 되면 시늉만 할 뿐이다.

▶스웨덴 학교들은 쉬는 시간이 되면 운동장에서 뛰어놀라고 교실 문을 잠가버린다. 프랑스 중학교에선 체육 수업이 프랑스어·수학과 함께 가장 많은 일주일 네 시간이다. 독일 고3에게 영어는 선택 과목, 체육은 필수 과목이다. 영국 이튼스쿨은 월·수·금요일엔 오후 학과 수업을 하지 않고 럭비·크리켓·축구·연극·음악 같은 스포츠·예술 활동을 한다. 플라톤은 "신이 인간에게 준 성공의 두 가지 도구는 교육과 운동이다. 둘을 함께 추구해야 완벽에 이를 수 있다"고 했다.

▶새로 취임한 문용린 서울시교육감이 "학생들이 아침부터 낮까지는 열심히 공부하고 오후 3시부터는 운동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교내 체육이 아니라 외국처럼 방과 후 동네 운동장에서 가족과 함께 뛰는 문화를 만들겠다는 얘기다. 문 교육감은 학생들이 아버지들과 팀을 짜 동네끼리 벌이는 축구·농구 경기를 예로 들었다. 생각만 해도 신선한 풍경이다. 교육감 한 사람 의욕만으로 이루기는 쉽지 않은 일이지만 우선 몇 군데 동네 대항전이라도 실현되면 좋겠다.

 

-조선일보 만물상, 201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