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세가 넘으신 권사님의 임종이 가깝다는 소식을 듣고 심방을 갔다.
권사님 옆에서 기도를 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곡기를 끊고 물만 드신지 한 달이 가까이 되고 있어 기력이 없으셨다.
힘이 없어 말씀은 못하시고 벽에 손가락으로 글씨를 쓰면 대충 알아보곤 했다.
약간의 치매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처음에는 나를 알아보시는 줄 알았다.
따님이 내가 누구냐고 묻자 희미한 목소리로 대답하셨다.
“개장수”
순간 폭소가 터졌다.
아니 병문안 온 목사를 개장수라니~
충격이었다.
한참을 웃은 후에 따님이 말했다.
본인이 강아지를 안고 있는 것을 보고 그런 모양이라고 수습하려했다.
어찌했든 개장수 목사가 되는 순간이었다.
목사도 개장수가 될 수 있음을 알았다.
성경말씀을 전하고 사랑을 전해야 할 목사가 개를 사고팔면 개장수가 되는 것이다.
전달하는 대상이 다를 뿐이다.
개장수 목사는 되지 말아야지.
장사꾼 목사는 되지 말아야지.
많이 웃었지만, 뼈에 새겨야 할 교훈이 담긴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