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노출/삶자락이야기

개장수 목사

하마사 2012. 12. 4. 09:46

 

90세가 넘으신 권사님의 임종이 가깝다는 소식을 듣고 심방을 갔다.

권사님 옆에서 기도를 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곡기를 끊고 물만 드신지 한 달이 가까이 되고 있어 기력이 없으셨다.

힘이 없어 말씀은 못하시고 벽에 손가락으로 글씨를 쓰면 대충 알아보곤 했다.

약간의 치매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처음에는 나를 알아보시는 줄 알았다.

따님이 내가 누구냐고 묻자 희미한 목소리로 대답하셨다.

“개장수”

순간 폭소가 터졌다.

아니 병문안 온 목사를 개장수라니~

충격이었다.

한참을 웃은 후에 따님이 말했다.

본인이 강아지를 안고 있는 것을 보고 그런 모양이라고 수습하려했다.

어찌했든 개장수 목사가 되는 순간이었다.

목사도 개장수가 될 수 있음을 알았다.

성경말씀을 전하고 사랑을 전해야 할 목사가 개를 사고팔면 개장수가 되는 것이다.

전달하는 대상이 다를 뿐이다.

개장수 목사는 되지 말아야지.

장사꾼 목사는 되지 말아야지.

많이 웃었지만, 뼈에 새겨야 할 교훈이 담긴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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