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노출/삶자락이야기

행복한 가방모찌

하마사 2012. 9. 18. 18:14

 

막내딸이 금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늦둥이로 태어나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으며 자라는 딸이 초등학교에 가는 모습이 대견하다.

때로는 늦잠을 자고 싶어 응석을 부리는 모습이 애처롭기도 하다.

투정을 부리면서도 눈을 부비며 가방을 메고 집을 나서는 딸이 사랑스럽다.

비가 오는 날,

두 아들은 차를 태워 학교에 데려다준 적이 여러 번 있었지만 딸은 늘 엄마의 몫이라 기회가 없었다.

1학년 1학기가 그렇게 지나갔다.

2학기 때 하루는 비가 왔다.

당연히 아내가 딸을 데려주겠지 했는데...

‘오늘은 아빠가 학교에 데려주라’고 했다.

우산을 쓰고 딸의 가방을 들어주면서 함께 걸어갔다.

재잘거리면서 아빠에게 묻기도 하고 야단(?)도 치면서 그렇게 학교에 도착했다.

이렇게 딸의 등굣길에 가방모찌를 했다.

행복했다.

가방을 들어주면서 시중을 드는 행복!

옛 적에 할머니는 손자가 밥 먹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행복해하셨다.

본인이 수고하여 장만한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는 손자가 그렇게 사랑스럽다고 하셨다.

이제는 그 손자가 커서 딸의 가방모찌가 되어 행복해한다.

수고하고 행복할 수 있는 것이 사랑이다.

하나님의 사랑도 비슷하지 않을까?

세상 짐으로 가득한 자녀들의 가방조차도 기쁘게 들어주시는 행복한 가방모찌 하나님.

오늘도 가방모찌 하나님의 사랑을 믿고 딸처럼 응석을 부리며 홀가분하게 정해진 길을 걸어가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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