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관련자료/통계자료

공짜 전화

하마사 2012. 6. 6. 18:32

여수엑스포 바람을 타고 여수 음식 명가마다 긴 줄이 늘어선다. 새콤달콤한 여수 별미 서대회로 이름난 선창가 구백식당에도 손님이 몰린다. 그런데 음식점 이름이 유별나다. 1960년대 이 집 전화번호가 900번으로 나왔던 게 반가워서 상호로 내걸었다고 한다. 수화기를 들면 교환원이 나오던 시절 사고팔 수 있는 '백색 전화'는 동네 자랑거리였다.

▶요즘 집 전화는 거의 쓸모없는 장식품 신세다. 휴대전화가 필수품이 되면서 아예 집 전화 없이 지내는 젊은 층도 많다. 집 전화를 더욱 유명무실하게 만든 게 공짜 전화다. 1999년 새롬기술은 인터넷망을 이용해 PC와 PC를 연결하는 인터넷 전화 '다이얼패드'를 선보였다. 그러나 인터넷 속도가 느리고 통화 중 잡음도 컸다. 결정적으로 일반 전화에서 PC로 전화를 걸 수 없었다.

▶2003년 스카이프는 통화 음질을 개선해 인터넷 무료 전화를 상업화하는 데 성공했다. 인터넷 전화 전용 단말기를 생산해 한때 외국 유학생들이 한국에 전화 걸 때 사용하는 필수품이 됐다. 2005년엔 PC에 '070' 전화번호가 부여되면서 일반 전화와 PC 사이 통화도 가능해졌다. 인터넷을 이용할 때는 공짜, 전화망을 이용할 때는 국내 요금과 시내 요금을 적용한다. 이후 '손안의 PC' 스마트폰이 등장하고 무선 인터넷망이 깔리면서 공짜 전화는 한 단계 더 진화한다.

▶2010년 무료 문자메시지 서비스를 시작한 카카오톡이 그제 스마트폰을 이용한 무료 무선 인터넷 전화 '보이스톡' 서비스를 시작했다. 카카오톡은 지난 2월 일본에서 이 서비스를 시작해 5월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로 확대했었다. 스마트폰에 카카오톡 프로그램을 깔면 문자뿐 아니라 음성 통화도 무제한 공짜로 할 수 있다. 이동통신사들이 이미 보이스톡 비슷한 무료 통화를 제공하고 있지만 월 5만4000원 이상 요금제에 가입한 사람에게만 서비스해 이용자가 많지 않다.

▶카카오톡 국내 가입자는 3600만명으로 국내에 보급된 스마트폰 2700만대보다 많다. 세계적으론 가입자가 216개국 4700만명에 이르고 하루 송신 메시지가 13억건, 수신 메시지는 26억건이다. 지난 4월 카카오톡이 서버 장애로 네 시간 불통되자 이용자들은 마치 통신망이 송두리째 끊긴 듯한 불편함을 느꼈다고 한다. 이동통신사들은 카카오톡의 무료 음성 통화가 이동 통신망에 큰 부담이 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통신사들이 돈을 들여 깔아놓은 통신망에 공짜로 올라타게 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소비자 입장에선 무료 통화를 마다할 까닭이 없다. 스마트폰 무료 통화가 정착된다면 통신시장에 또 한 차례 커다란 지각 변동이 일 것 같다.

 

-조선일보 만물상, 2012/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