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려 밤샘 도박' 파문… 조계종 자성과쇄신결사추진본부장 도법 스님 인터뷰]
한국 불교가 총체적 안고 있는 문제 중 하나 수면 위 드러난것
전체 사찰의 70%에서는 어떻게 재정 운용되는지 몰라
도박 판돈을 포함해 스님 쓰는 모든 돈은 시줏돈
승려들이 희망 만들어가야… 백일간 安居하는 것도 방법
조계종 중진 도법(道法·63) 스님은 최근 불거진 '승려 밤샘 도박' 파문과 관련, 11일 "한국 불교가 총체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 가운데 하나가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라며 "뼈아프게 성찰하고, 반성하고, 참회하고, 환골탈태해야 한다"고 했다. 도법 스님은 1994년 종단 개혁정화운동을 진두지휘했으며 평소 수행과 실천을 겸비해 종단 안팎의 존경을 받아 왔다. 현재 조계종 내 '자성과쇄신결사추진본부' 본부장을 맡고 있다.
- 조계종 자성과쇄신결사추진본부장 도법 스님은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모든 게 나의 허물이고, 아픔이고, 부끄러움”이라고 했다. /이명원 기자 mwlee@chosun.com
―스님들이 밤새워 술·담배·도박 하는 모습이 폭로돼 사람들이 큰 충격을 받았다.
"출가 수행자로서 갖춰야 할 기본을 저버리면 대중이 승가를 버린다. 한국 불교, 조계종이라는 공동체가 안고 있는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
―왜 이런 '사건'이 반복되나.
"우선 종단법 집행을 원칙대로 확실하게 해야 한다. 불가에는 계율이 있다. 과거의 계율을 시대에 맞는 자기 질서로 만들어내지 못한 상태에서 불교가 세속화하니 문제가 생긴다. 승려가 어울리지 않는 대형차, 고급차 타고 다니고…. 그런 게 어디 한두 가지겠나. "
―백양사 주지 자리를 둔 내부 다툼이 1차 원인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스님들이 왜 벼슬을 놓고 싸우나.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부끄러운 일이다. 제도적 보완도 물론 필요하다. 하지만 근본적 문제는 있는 법과 제도를 잘 운용해야 할 당사자들의 실력과 노력이다. 좋은 예가 지난 3월 예결산 종회 때 확인됐다. 모든 사찰은 매년 재정 예·결산 내용을 제출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 전체의 30%만 제출했더라. 나머지 70% 사찰의 재정이 어떻게 운영되는지는 모른다. 총무원의 감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사찰 재정의 불투명성도 사건의 한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다. 이번 도박 '판돈'이 시줏돈 아니냐는 비판이 있다.
"스님들이 쓰는 돈은 다 시줏돈이다. 도박 '판돈'도 마찬가지다. 신도들은 내 새끼 배고파도 스님들 통해 꿈과 희망 실현해달라고 피눈물 밴 돈 낸다. 사찰 재정이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관리·운용되지 않으면 그게 스님을 타락하게 만들고 종단을 세속화시킨다. 절집에 '공양받은 쌀 한 톨을 흘리면 지장보살이 지옥문 앞에서 그 쌀 한 톨이 썩을 때까지 피눈물 흘린다'는 옛 얘기가 있다. 시주물건 함부로 했다가 지옥 갈 사람들이 불쌍해서다."
―이번 사건을 종단 집행부와 이에 반대하는 측의 '진영싸움'으로 보기도 한다.
"너나없이 실력이 부족한 것이다. 불교시민사회의 역량이 성숙하면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이는 역할을 할 텐데 아직 부족하고. 결국 큰 판도 작은 판도 이해관계로 편갈려서 힘겨루는 형태가 된다. 싸움판이 벌어지면 힘을 길러서 이겨야 하니까 이합집산도 하게 되고…. 불교인이라면 그걸 넘어서 더 멀리 더 넓게 바라보고 길을 찾아야 하는데. 한국 불교의 심각한 위기라 봐야 한다. 사상적·윤리적으로 성숙된 상태에서 제도와 운영방식·기술이 받쳐줘야 정상적으로 굴러가는데, 불행하게도 현실은 그 전체가 다 부실한 거다."
―오늘(11일) 총무원이 참회문을 발표했다. 국민에게 진정한 참회의 모습으로 보이겠나?
"총무원, 중앙종회, 본사주지들까지 죄송한 마음을 실천에 옮겨야 한다. 부처님오신날(28일) 이후 함께 백일간 안거(安居)하는 것도 방법이다. 정말 결사(結社)하는 심정으로 활로를 찾아야 한다. 지도부가 그런 모습을 보인다면 종도들도 시민들도 다시 신뢰와 희망을 가질 것이다."
―희망은 있나?
"희망은 원래 어디에도 없다. 당사자가 만들면 있고 안 만들면 없는 거다. 아프고 안타깝고 절망감도 크지만, 불교를 버리고 떠나는 게 아니라 붙잡고 살아가려 한다면, 우리가 희망을 만들어가야 한다."
-조선일보, 2012/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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