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코터 교수가 말하는 `진정한 변화를 일으키는 리더십`
일, 일, 일하세요!"
최고경영자의 입에서 외마디 절규가 터져 나온다.
회사 안팎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위기 상황인데도 직급이 두 단계만 내려와도 직원들은 전혀 다른 세계에 살고 있다. 위기 상황을 직시하지 못하고 혁신에 대해서도 별다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그들은 오로지 자신에게 익숙한 것, 지금까지 쭉 해온 것에만 집착할 뿐이다. 무사안일주의가 팽배한 조직이다.
사장은 마냥 열심히 일하는 것 외엔 달리 해결책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직원들은 부산하게 돌아다니며 회의에 회의를 거듭하고 파워포인트로 프레젠테이션을 하며 태스크포스가 구성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헛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조직에 진정한 위기감을 심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부산하게 움직이긴 하지만 어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생산성과는 거리가 멀다. 그들이 부산하게 움직이는 이유는 보스나 힘 있는 윗사람에게 일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스스로도 일함으로써 두려움에서 벗어나려고 하기 때문일 뿐이다. 결국 무사안일주의보다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구성원들의 에너지를 허비시켜 조직 전체의 능률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회사가 어렵다, 죽겠다며 TF팀 만들고, 미팅 또 미팅…
위기감 계속해서 조성하면 직원은 무뎌지고 숨는다
위기에 필요한 건 '긍정의 힘'
비전과 기회를 보여줄 때 진정한 위기의식이 생긴다
CEO여, 희망을 말하라
- ▲ 김영사 제공
리더십과 변화 관리 분야의 세계적 대가 중 한 사람인 존 코터(Kotter·55)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이 사례를 예로 들면서 "CEO를 포함해 거의 모든 조직 구성원이 물불 가리지 않고 일하는 것이 진정한 위기감이라고 잘못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많은 곳에서 이런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코터 교수는 케임브리지의 하버드스퀘어 자택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2~3년 전만 해도 무사안일이 더 위험했으나 지금은 잘못된 위기감이 더 문제"라고 말했다.
■바깥세상에 늘 귀를 기울이라
그렇다면 진정한 위기감이란 무엇일까? 코터 교수는 "기회를 더 많이 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인터뷰 도중 가끔씩 '음~' 소리를 내며 신중하게 단어를 골랐다.
―잘못된 위기감을 어떻게 진정한 위기감으로 바꿀 수 있습니까?
"첫 번째 할 일은 일단 진정시키는 것입니다. 더 이상 태스크포스나 미팅도 만들지 말고요. 대신 지금처럼 우리를 겁먹게 하는 상황에서도 늘 기회가 있다는 점을 주지시키며 보다 생산적인 일을 찾아야 합니다. 어디에 큰 기회가 있는지 찾아봐야 합니다. 그러다 누군가 기회를 발견하기 시작하고 사람들은 흥분하게 됩니다. 이런 흥분을 엮을 때 진정한 위기의식이 나옵니다."
그는 위기감을 조성하기 위해 '불타는 갑판' 전략(갑판에 불이 붙었으니 뛰어내려야 한다는 식으로 위기감을 조성해 변화를 도모하는 전략)을 사용하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불타는 갑판으로 상징되는 위기감을 상시적으로 조성하면, 잘못된 점을 수정하는 것 이상으로 조직에 상처를 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불타는 갑판 전략을 사용해 조직을 일깨웠다면 곧바로 사람들의 두려움을 보다 긍정적인 힘으로 바꿔야 합니다. 사람들의 머리를 때려 주의를 끌었다면 다음엔 거기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할 뿐만 아니라 더 나은 곳이 있고 그곳으로 가야 한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끊임없이 위기감을 조성하는 것은 지속되지 않습니다. 위기감은 닳고 바래며 사람들은 숨고 스스로를 보호하려고 하기 마련입니다."
■"기회가 열망과 묶이면 60대 CEO도 놀라운 일을 한다"
코터 교수는 리더십과 변화 관리 분야의 대가이다. 그러나 변화는 사람들이 가장 싫어하는 일 중 하나다. 그는 어떻게 변화를 이끌어낼까?
이 질문에 대해 그는 미국 속담 하나를 소개하면서 공감을 표했다. '아는 악마가 낫다(Better the devil you know)'는 속담이다. "사람들은 지금 처해 있는 상황을 그리 좋아하진 않더라도, 새로운 상황으로 이동하는 것은 더 싫어한다는 뜻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이 든 사람보다 젊은 사람들이 변화를 잘 수용합니다."
―하지만 교수님은 나이 든 경영자들에게도 '변화하라'고 주문합니다. 그들을 어떻게 변화시키나요?
"모든 사람은 성공하길 원합니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영웅이 되고자 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CEO들 가운데는 역사가 어떻게 자신을 기록할지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문제는 많은 고위 경영자들이 조직이 근본적인 변화를 시도해 성공하는 것을 별로 보지 못했다는 데 있습니다. 대개는 반대의 경험을 가지고 있죠. 즉 변화를 시도했지만 별로 성공하지 못한 경험이 많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두려워하게 되고, 보수적인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변화할 수 있는지, 단지 다른 사람의 이론이 아니라 실행 가능한 현실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이것을 뭔가 하려고 하는 그들의 열망과 묶어주면 심지어 60대의 CEO도 놀라운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존 코터 교수는
변화와 리더십 분야의 대가. 그가 쓴 세계적 베스트셀러 ≪기업이 원하는 변화의 리더·Leading Change·1996≫는 기업이 성공적인 변화를 실천하는 8단계를 제시해 경영자들의 ‘변화 바이블’로 불린다. 그는 최근 ‘코터 인터내셔널’이란 컨설팅 회사를 설립했다.
지금까지 18권의 책을 썼는데, 이 가운데 12권이 베스트셀러가 됐다. 150개국에서 모두 300만권이 팔렸다. 2001년 비즈니스위크는 그를 리더십 분야 최고의 구루로 선정했다. MIT와 하버드대를 졸업한 뒤 1972년부터 하버드대 교수로 재직 중이며, 1980년 33세의 나이로 종신교수직을 따냈다.
[출처]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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