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노출/삶자락이야기

타인능해

하마사 2012. 1. 25. 22:00

설명절에 KBS에서 방송한 '어머니의 장독대' 라는 다큐멘터리를 재미있게 보았다.

한국 어머니들의 삶의 애환을 장독대에 조명하여 담아낸 좋은 프로그램이었다.

그 프로에서 구례군 토지면에 있는 운조루라 하는 아흔아홉 칸 집을 소개했다.

운조루의 대문을 들어서서 마당을 지나면 사랑채이고 그 오른쪽으로 안채가 들어서 있다.

사랑채와 안채 사이에는 곳간이 있고, 그 가운데에 뒤주가 하나 놓여 있다.

뒤주의 쌀을 꺼내는 구멍의 덮개에는 ‘他人能解(타인능해)’라는 글씨가 쓰여 있다.

‘누구든 마음대로 뒤주를 열 수 있다.’는 뜻이다.

운조루 주인은 이웃의 가난한 이들을 돕기 위해 이 뒤주를 만들었다고 한다.

뒤주는 대문에서 가깝고, 안채와 격리된 곳에 있다.

안채에 들어가 자존심 상하는 구걸을 하지 않고 쌀을 가져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주인은 가난한 사람들을 돕되, 그 자존심과 인격을 배려하였다.

옛 어른들은 엄한 교육을 통해 전통을 후대에 전해주는 지혜가 있었으며 남을 배려하는 넓은 아량도 가지고 있었다.

프로에서 종가집 안주인이 장독대기 놓여있는 별채의 열쇠를 시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을 때 눈시울이 붉어졌다는 말을 했다.

사랑이 배인 시모님의 엄한 훈련을 연상케하는 말이었다.

한 가문의 전통과 가족들의 건강을 위해 음식맛을 이어가는 여인들의 숭고한 삶을 느낄 수 있었다.

좋은 전통을 후손들에게 잘 물려주려는 열정과 교육이 필요한 시대이다.

개혁한다고 하여 좋은 전통마저 부정하고 타파하는 것은 결국 우리의 뿌리를 자르는 것과 같다.

조상들이 물려준 좋은 전통과 미덕은 계승하고 발전시켜 시대와 조화를 이루어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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