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본질/교육

전국 1등 때문에… 어떤 母子의 비극

하마사 2011. 11. 25. 14:35

 

엄마 "서울대 법대 가라" 아들 때리고 밥까지 굶겨… 잔인한 아들, 끝내 엄마를…
너무한 엄마 - 고1때 1등급 성적 떨어지자
"너는 의지가 약하다" 야구방망이·골프채로 때려
몹쓸 아들 - 안방에 엄마 시신 8개월 방치
학교 다니고 친구도 부르고, 아무 일 없는 듯… 수능도 봐

"서울대 법대를 가야 한다." "전국 1등을 해야 한다." 5년 전 아버지가 가출한 뒤 어머니 박모(51)씨와 함께 살던 고교 3학년 지모(18)군은 1등만을 강요하는 어머니의 잔소리에 시달렸다. 어머니가 무서워 성적표를 위조하기도 했던 지군은 결국 패륜을 저질렀다. 지난 3월 13일 어머니를 흉기로 살해했다. 지군은 어머니의 시신을 8개월간 안방에 두고 아무 일 없는 듯 학교를 다녔다.

지군은 24일 존속살해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경찰 관계자는 "지군은 어머니를 살해한 일보다 범행이 발각나 친구들과 헤어지게 되는 것을 더 괴로워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사건이 과중한 대입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모자(母子)간의 갈등이 극단적인 형태로 표출된 것이라고 분석한다. 신의진 연세대 소아정신과 교수는 "부모의 강요로 공부에 매달리게 되는 아이들은 부모에게 적대감을 갖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남편과 별거 중인 지군의 어머니는 아들의 성공을 인생의 목표로 삼았다. 아들도 어머니의 기대에 부합하는 듯했다. 지군은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는 내신 1~2등급을 유지했지만 2학년 들어 성적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450명의 전교생 중 30% 안에도 들지 못했다. 지군의 어머니는 성적이 떨어지면 "(공부를) 잘해야 한다" "전국에서 1등을 해야 한다"며 밥을 굶기고 체벌을 가했다. 지군은 그런 어머니가 무서웠다. 무섭고 두려웠다.

성적표 위조 발각될까 두려워 어머니를 죽인 아들

성적이 떨어져 명문대를 갈 수 없는 지경이 됐다. 지군은 수능 모의고사 성적표를 위조했다. 지군은 경찰 조사에서 "내가 받은 전국 4000~5000등 점수를 위조해 62~67등으로 만들어 어머니께 드렸다"며 "성적을 위조해 가져다줘도 만족하지 못하는 어머니의 압박감이 너무 심했다"고 고개를 떨궜다.

지군이 다니는 고등학교 관계자는 "수능모의고사 등수는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지군의 진술은 신빙성이 떨어진다"며 "지군의 성적은 전국 4000등에도 못 미쳤고 명문대 가기 어려운 실력이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12일도 지군은 어머니로부터 "너는 의지가 약하다"며 체벌을 받았다. 엎드려 뻗치는 얼차려를 받았고 야구방망이와 골프채로 엉덩이도 맞았다. 의지가 강해져야 한다며 저녁도 주지 않았다. 지군은 "다음날 오전 8시까지 10여 시간 동안 어머니의 체벌과 잔소리에 시달려야 했다. 몇 백대는 맞은 것 같다"고 진술했다.

이날 지군은 다음 날이 '학부모 총회'라는 사실을 떠올렸다. 학부모 총회에 참석한 어머니가 담임선생님과 면담을 하면 그동안 지군이 성적을 위조한 사실이 발각될 가능성이 있었다. 지군은 불안했다. 지군은 부엌에 있던 칼로 자고 있던 어머니의 얼굴을 찔렀다. 당황한 어머니가 "네가 왜 이러느냐. 이러면 잘못된 삶을 사는 거다"라며 저항했지만, 지군은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다. 말하는 어머니의 왼쪽 목을 한 차례 더 찔렀고, 숨이 끊긴 어머니를 남겨둔 채 안방 문을 걸어 잠갔다.

어머니 살해하고도 태연했던 일상생활

지군은 범행을 저지른 지 3일 후 평상시처럼 학교를 나갔다. 선생님이 부모님을 찾을 때는 "어머니가 해외여행을 가서 연락이 되지 않는다" "앞으로 어머니와 따로 살기로 했다"고 변명했다. 어머니와 이혼 소송을 진행 중인 아버지에게는 "어머니가 가출했다"고 속였다.

지군은 별거 중인 아버지가 매달 어머니 통장으로 송금하는 120만원을 빼내 생활했다. 아무 일 없는 듯 친구들을 집에 불러 라면을 끓여 먹기도 했다.

경찰은 "지군이 시신이 썩고 있는 안방 문틈을 공업용 본드로 밀폐해 냄새가 새어나오는 것을 막았다"며 "지난 8개월간 아무렇지 않은 듯 행동했다"고 말했다. 지군은 지난 11월 10일 시행됐던 대학수학능력시험도 정상적으로 치렀다.

범행은 8개월 만에 찾아온 아버지에 의해 발각됐다. 지난 22일 집에 온 아버지는 안방을 열어보지 못하게 하고, 자신을 피하는 지군의 행동을 수상히 여겨 경찰에 신고했다. 8개월 만에 발견된 시신은 안방 바닥에 누운 채 바짝 말라 미라처럼 변해 있었다.

지군은 경찰 조사에서 "꿈에서 엄마가 자주 나타났다. 너무 괴로워 나도 죽고 싶었지만 내가 이기적이라 죽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또 아버지에게 "그동안 아버지만 이기적으로 살지 않았느냐. 이제 날 버리지 말라"고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대입 스트레스를 앓는 부모와 자녀들의 갈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0년에는 명문대 휴학생 이모(당시 23)씨가 "명문대를 가라, 못난 놈"이라며 엄하게 교육을 시킨 아버지와 어머니를 토막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2009년 10월 수원에서는 한 대학생이 "성적이 나쁘다"며 핀잔을 주는 아버지를 살해하고 시신을 4개월 동안 집에 유기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작년 10월에는 예술고등학교 진학을 반대하는 아버지가 공부하라고 말한 것에 불만을 품고 중학교 2학년 이모(당시 13)군이 집 안에 불을 질러 일가족 4명이 숨지는 사건도 있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이런 사건은 수년간 지속된 갈등이 존재하고, 갈등을 중간에서 중재하는 사람이 없는 경우가 많다"며 "지군의 경우도 부모가 이혼한 탓에 어머니와의 갈등관계를 중재하고 해결할 완충지대가 없었다는 점이 극단적 결과를 초래한 것으로 본다"고 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부모가 아이들을 '명문대생'이라는 목표달성의 수단으로 보는 게 문제"라며 "부모와 자식 간 갈등 관계를 주변에서 조기에 파악하고 상담 등의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당신은 자녀에게 '공부' 얘기만 하고 있진 않습니까

입시 둘러싼 부모·자식의 극한 갈등… 남의 얘기가 아니다
자식 성적에 인생 건 부모 - "서울대 나오면 분식집도 잘돼" 다른 가능성 안찾고 성적 올인
충동 조절 못하는 아이들 - "왜 좀 더 노력하지 않느냐" 잔소리에도 극단적 선택
서울 강남 지역의 자율고(자율형사립고) 1학년인 A(16)군은 중학교 때 '우등생'으로 통했다. 어머니는 "우리 아들은 엄친아(공부 잘하는 엄마 친구 아들, 우등생을 뜻하는 신조어)"라고 공공연히 자랑하고 다녔다. 하지만 고교 진학 후 처음 치른 중간고사에서 A군은 전교 90등을 했다. 충격에 빠진 어머니는 밥도 잘 먹지 못했고, A군에게 "네가 나를 이렇게 실망시킬 수가 있느냐" "쪽팔려서 집 밖에 돌아다닐 수가 없다"고 야단쳤다. A군은 "전학을 시켜주지 않으면 자살하겠다"고 말하고는 최근 일반계고로 전학 갔다. 그는 "내년에 여기서도 성적이 잘 나오지 않으면 정말 죽고 싶을 거다"고 했다.

입시를 둘러싼 부모와 자녀 간 갈등이 격해지면서 사회문제로 번지고 있다. 서울의 한 고3 수험생이 공부를 강요하는 어머니를 살해한 사건은 이런 현상의 극단적인 사례다.

전문가들은 ①대입(大入)이 사실상 인생을 결정하다시피 하는 학벌주의 속에서 ②많은 부모가 자녀에게 지나친 기대를 하고 있으며 ③학생들이 과중한 스트레스를 풀 곳이 없는 상황이 학생과 부모 간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패자부활전' 없는 무한경쟁

'자녀가 공부에서 밀려나면 끝장이다'는 인식은 현재 우리나라 부모들의 정서로 자리 잡았다. '서울대를 나오면 분식집을 하더라도 잘 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일단은 좋은 대학을 나와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강하다.

고졸자 임금을 100으로 했을 때 전문대가 103~105, 대졸자가 150~160에 이를 정도로 학력에 따른 사회적 임금 격차가 크다는 것을 부모들은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고교 졸업생의 82%가 대학에 진학하고 25~34세 인구의 58%가 대졸자라는 기형적인 결과를 낳았지만, '좁은 문'을 향한 경쟁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대입 관문에서 한번 실패하면 회복이 어려울 정도로 '패자부활전'조차 용납하지 않는 사회 풍토에 학생과 학부모들이 힘들어하고 있다.

차명호 평택대 교육대학원장은 "자녀의 다른 가능성을 보지 않고 오직 성적에만 모든 걸 걸기 때문에 갈등이 생기지 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자식 성공에 목맨 어머니들의 비극

서울의 일반고에 다니던 김모(16)군은 올 초 학교를 그만두고 가출해 음식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성적이 중간 정도였던 김군은 학교생활에서 별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던 평범한 학생이었다. 그러나 대기업 임원인 아버지는 김군을 볼 때마다 "왜 더 노력을 하지 않느냐"며 소리를 질렀다. 어머니도 "그런 성적으로 제대로 된 대학에 갈 수 있겠느냐"고 잔소리를 했다. 엄부자모(嚴父慈母)라는 전통적인 역할 분담조차 깨진 상황에서 김군은 그만 집을 나와 버린 것이다. 김 군은 "집 안에 있으면 성적 얘기만 한다. 숨이 막힌다"고 했다.

자기 인생과 자식 인생을 구분하지 못하고 자녀에게 자신을 투영(投影)하려는 것이 우리나라 많은 부모의 심리적인 특징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사회적 성취를 이룬 부모는 자식이 그렇게 되지 못할까봐 불안해하고, 실패한 부모는 자식의 성공에서 새로운 보상을 얻으려 한다는 것이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부부 생활이 순탄하지 않은 부모일수록 자식에 대한 기대가 높기 쉬운데, 이런 부모는 자녀의 성적이 좋지 않으면 마치 갖고 있는 주식 가치가 폭락한 것처럼 여긴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출구 없는 스트레스'

이렇듯 성적·진로와 관련해 가정에서 심한 억압을 받는 학생들에게는 스트레스가 쌓이게 된다. 통계청이 지난해 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3 학생의 78.3%가 학교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며, 84.2%는 학업 성적과 진로 때문에 부모와 갈등을 겪은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조선일보, 2011/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