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본질/교육

학교폭력실태 조사

하마사 2012. 4. 20. 09:30

 

[전국 1만1363개 초·중·고 폭력실태 조사… 중학교가 제일 심해]
"우리 학교에 일진 있다" 100명 이상 응답 656개校… 강원도가 가장 심각

우리나라 초·중·고교 가운데 중학교의 '학교 폭력' 문제가 가장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가 올해 초 전국 1만1363개 초·중·고교 재학생을 대상으로 '학교 폭력 실태' 전수(全數) 인터뷰 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국의 중학생 3명 중 1명(33%)이 "우리 학교에 일진(一陣·폭력조직)이 있다"고 대답했다. 이는 초등학생 4~6학년(23.7%)이나 고등학생(11.6%)의 "일진이 있다" 응답비율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최근 학교 폭력으로 재학생이 자살한 경북 영주중학교의 경우 "일진 학생이 있다"고 대답한 학생비율이 68%로 전국 중학교 중 21번째로 높았다.

이번 조사에서 설문에 응한 136만6799명(전체의 25%) 중 "학교 폭력 피해를 당했다"고 대답한 학생은 16만7000명이었다. 이에 대해 김건찬 학교폭력예방센터 사무총장은 "모든 학생이 조사에 응답했을 경우 전국적으로 66만8000여명의 학교 폭력 피해자가 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우리 학교에 일진이 있다"고 대답한 재학생이 100명 이상 나온 학교가 전국적으로 656개였으며, 일진이 있다고 한 명 이상 대답한 학교는 9579개교였다.

시·도별 초·중·고교 폭력 현황을 보면 "일진이 있다"고 대답한 학생비율은 강원(28.8%)이 가장 높았고 이어 서울(26.9%), 대전(26.3%) 순이었다. 강원도 중학교의 경우 "일진이 있다"는 응답률이 43%로 가장 높았다.

전체 초·중·고교생을 대상으로 "학교 폭력 피해 경험이 있느냐"고 질문한 것에 대해서는 강원(15.1%) 충남(14.8%) 서울(14.2%) 순으로 응답률이 높았다. 충남 초등학생의 경우 10명 중 2명꼴(19.2%)로 학교 폭력 피해 경험이 있다고 했다.

학교 폭력 대응 시민단체인 마을공동체교육연구소 문재현 소장은 "강원도가 다른 지역보다 학교 폭력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난 것은 이 지역에 중소도시가 많기 때문"이라며 "학교 폭력은 일반적으로 학생들끼리 세력 다툼이 많은 중소도시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교육계와 경찰 등에 따르면 최근 중학생 사이에서 발생하는 학교 폭력은 집요하고 과격해지는 특징을 보인다.

전문가들은 급격한 성장기를 거치는 중학교 때 학생들이 행동을 통제하지 못하고, 그런 학생들의 폭력조직이 체계화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중학교 학교 폭력에 대한 정부 차원의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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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실태조사 해보니
국공립과 사립의 차이 - 국공립 교사는 몇년만 근무… '바로잡겠다' 애쓰기보다 있는 동안만 대충…
사립교사는 20~30년 근무… 학교의 운명=나의 운명… 학생들 관리에 더 신경써
전문가 제언 - "신분보장·순환보직이라는 국공립 인사 틀에 충격줘야"

3대1. 학교폭력이 심한 것으로 조사된 고등학교 가운데 국·공립 학교와 사립학교가 차지하는 비율이다. 국·공립 고교의 학교폭력이 사립보다 3배나 많이 발생하고 있다는 뜻이다.

19일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학교폭력 실태조사'자료를 분석한 결과, ①"우리 학교에 일진이 있다"고 응답한 학생이 가장 많은 20개 고등학교 중 15곳이 국·공립이고 나머지 5곳만 사립이었고, ②"실제로 피해를 당한 적 있다"는 응답이 많이 나온 20개 고등학교 가운데서도 국·공립이 16곳이고, 사립은 4곳에 불과했다.

고등학교의 경우 국·공립 학교와 사립학교의 숫자 비율이 59% 대 41%다. 국·공립 숫자가 많아서 학교 폭력도 많다고는 말할 수 없단 얘기다. 같은 동네에 있는 학교들끼리 비교해보면, 생활수준과 치안환경이 엇비슷해도 국·공립이 사립보다 학교 폭력이 심한 경향이 두드러졌다. 예컨대 경기도 평택의 공립 A고교 경우 "피해 경험이 있다"는 응답이 전국 7위(1072명 중 77명)였다. 반면 A고에서 1.7㎞ 떨어진 사립 B고의 "피해당했다"는 응답은 1288위(695명 중 4명)였다.

이처럼 국·공립 학교의 폭력이 사립보다 심각한 주요 원인을 전문가들은 '교사에 대한 인사 관리'에서 찾는다.

국·공립과 사립은 학교 시설·재정 여건·교사 봉급·학생 등록금이 엇비슷하다. 하지만 교사의 경우, 사범대 졸업생 대다수가 정년이 보장되는 국·공립을 선호하기 때문에 국·공립 교사가 사립 교사보다 대학 성적이 우수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교사가 우수하면 학생 지도도 더 잘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학교 폭력의 경우 정반대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건대부고 교장을 지낸 건국대 사범대 오성산 교수는 "사립은 한 학교에서 20~30년을 보내며 교장·교감이 되지만 국·공립은 끊임없이 이동한다"면서 "사립 교사들은 자의반 타의반 '학교의 운명=나의 운명'이라고 느끼는 데 비해 국·공립 교사는 연차가 올라갈수록 '내가 있는 동안 문제가 생기지 않으면 된다'는 식이 되기 쉽다"고 했다. 국·공립 교사들은 학교를 자주 옮기기 때문에 학생 지도에 대한 책임의식이 상대적으로 약할 수 있고, 이것이 국·공립 학교들의 폭력이 심각해지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이런 분석에 대해 일선 교사들도 공감을 표시했다. 서울 강북 사립고에 근무하는 A(38) 교사는 "'몇년 뒤면 다른 학교 간다'고 생각하는 교사와 '20년 뒤에도 이 학교에 있다'고 생각하는 교사 중 누가 더 학생에게 애착을 느끼겠느냐"고 했다.

이런 학교… 점심시간 교실에서 담배 피우는 고교생 - 지난 5일 서울 동대문구의 한 고등학교 교실에서 한 학생이 점심시간 창가에 서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 /이준헌 기자 heon@chosun.com
수도권 사립고에 7년, 공립에 18년 근무한 C(48) 교사는 "아무래도 국·공립 교사는 사립 교사에 비해 학교 역사와 동네 사정을 훤하게 꿰뚫거나 '이 학교는 내 학교'라고 느끼기 힘들다"고 했다.

지방 사립고에 5년, 공립고에 5년 근무한 B(40) 교사는 "어떤 집단이건 치열하게 뛰는 사람과 '나 몰라라' 하는 사람이 있게 마련인데, 국·공립은 아무래도 학생지도 등에서 (시스템보다) 교사 개개인의 타고난 개성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하늘교육' 임성호 대표는 "국·공립 학교의 폭력을 줄이려면 '신분보장과 순환보직'이라는 인사의 기본 틀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일진회

학교에서 싸움을 잘하는 학생들로 구성된 폭력 집단이다. 1980년대까지는 학교폭력 조직을 흔히 ‘서클’이라고 불렀지만 1990년대 들어 학생들 사이에서 ‘일진(一陣)’이란 용어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일본 고교생들 사이에서 유행한 폭력용어가 만화책 등을 통해 국내에 전파된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지난 2월 일진회를 소탕하겠다고 선언했다.

 

-조선일보, 2012/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