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한잔 하고 화가 나서… 격투게임하다가 갑자기… 아무 관련 없는 사람 살해
현실불만으로 인한 살인 4년새 2배로 늘어 "경쟁사회 낙오자 증가 탓"
문) "전혀 모르는 사람을 왜 죽였나."
답) "소주를 1병 마시고 자다가, 갑자기 집 나간 아내가 생각나서 화가 났다. 바로 사람을 죽이러 과도를 들고 나갔고, 모르는 여자인데 뒷모습이 아내와 비슷하게 생겨서 찔렀다."
문) "언제부터 살인계획을 세웠나."
답) "2~3일 전부터다. 집 나간 아내와 비슷하게 생긴 사람은 그냥 죽여 버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지난 3일 오전 2시 서울 광진경찰서 2층 강력팀 사무실. 검은색 운동복 바지와 흰색 면 티를 입은 살인 피의자 이모(52)씨가 강력반 형사와 마주 앉았다. 이씨는 전날 저녁 6시쯤 광진구 구의동 속칭 '먹자골목' 인근에서 백화점 직원 유모(32)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체포됐다.
심문에 답하는 이씨의 눈빛은 담담했고, 별다른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고 경찰은 말했다. 이씨는 경찰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고, 다른 사람의 얘기를 하듯이 범행을 진술했다고 한다. 이씨는 "미안하다. 하지만 사람을 죽이고 싶었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지난 3월 충청북도 청주에선 고모(38)씨가 살인미수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술에 취해 길을 걷다 일면식도 없는 행인 김모(36)씨를 폭행하고 목 부분을 2차례 흉기로 찔렀다. 고씨는 경찰에서 "별다른 이유가 있어서 사람을 찌른 것은 아니다. 그냥 술 한잔 마시고 화가 나서 누구라도 죽이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발생한 살인 사건의 피의자 박모(23)씨는 게임을 하다 부엌에 있던 칼을 들고 나가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이웃집 남성을 찔러 살해했다. 그는 경찰에서 "칼로 격투를 벌이는 게임을 하다가 갑자기 사람을 죽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먼저 만나는 사람을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단지 울컥해서, 기분이 나빠서, 한번 해보고 싶다는 이유로 자신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을 살해하는 '묻지마 살인'사건이 늘어나고 있다. 평범한 시민이 퇴근길에,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에 '살인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대검찰청의 '2010년 범죄분석'에 따르면 '우발적' '현실불만' 등이 이유인 묻지마 살인 사건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2005년 363건(전체 살인사건의 37%)에서 2008년 532건(53%), 2009년 656건(54%)으로 늘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에서 묻지마 범죄가 증가하는 것은 치열해지는 경쟁과 사회적 변화에서 낙오한 사람들이 증가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묻지마 살인을 저지른 범죄자는 대부분 내성적이거나 나약한 성격을 가진 경우가 많다"며 "이들은 경쟁에서 낙오할 경우 자신의 불행을 '남의 탓'으로 돌리며 억눌러 왔던 감정을 폭발시킨다"고 말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성폭력 범죄자만 대상으로 하고 있는 심리 치료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 충동과 분노를 제어하지 못하는 범죄자들에게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201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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