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예화

'20년 휴대폰왕국' 노키아, 스마트폰 2년 방심하다 추락

하마사 2011. 6. 6. 20:25

침몰하는 '핀란드의 자존심'… 무엇이 노키아를 망쳤나
"아이폰 별거 아냐" 구형 고집, 40%까지 갔던 점유율 반토막… 주가도 올해만 40% 떨어져
MS 출신 CEO 영입했지만 시너지효과 못내고 실적 바닥…
"칠면조 2마리가 모인다고 독수리 될 수 있나"

 

세계 최대의 휴대폰 제조회사 '노키아(Nokia)'는 핀란드의 자존심이다. 광활한 산림과 호수뿐이던 유럽 변방의 핀란드를 IT(정보기술) 최강국, 국가경쟁력 1위(2003년 세계경제포럼 선정)로 끌어올린 것도 노키아다. 1992년부터 14년간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요르마 올릴라(Ollila) 현 이사회 의장은 '유대 민족을 이끌고 홍해를 건넌 모세와 같다'(비즈니스위크)는 찬사를 받았다.

그랬던 노키아가 급격히 추락하고 있다. 실적이 바닥을 기면서 주가는 연초에 비해 40%나 폭락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지난 3일 "노키아의 고통이 핀란드 전체로 전이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20여년간 세계 휴대폰 시장의 최강자로 군림해온 노키아에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세상은 우리를 중심으로 돈다" 노키아의 자만

노키아의 비극은 애플의 등장과 함께 시작됐다. 2007년 6월 미국 애플(Apple)이 아이폰을 처음 발매했을 때 올릴라 회장의 후임인 칼라스부오 CEO는 코웃음을 쳤다. 당시 노키아의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40%에 달했기 때문. 하지만 노키아의 스마트폰은 지나치게 기능이 단순했다. 개발진이 "아이폰에 버금가는 스마트폰을 빨리 개발해야 한다"고 건의해도 경영진은 "우리가 정한 것이 시장의 표준이다"며 구형 제품을 계속 밀어붙였다.

"무조건 따라가자" 허둥지둥 서둘러

아이폰이 예상 외로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자 당황한 노키아는 무조건 애플을 따라가는 전략으로 선회했다. 2009년 9월 칼라스부오 CEO는 "우리도 제조사가 아니라 콘텐츠·서비스 회사로 간다"고 선언했다. 애플의 '아이튠스 스토어'를 본떠 온라인 장터를 만들고 영화사·음반사와 제휴를 추진했다.

하지만 준비가 부족한 노키아의 '미투(me too·모방)' 전략은 효과를 보지 못했다. 할리우드의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이미 애플과 손을 잡았고 유럽의 노키아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노키아의 스마트폰 운영체제(핵심 소프트웨어) '심비안'은 동영상·인터넷 등 멀티미디어 기능을 즐기기에는 성능이 턱없이 부족했다.

 

노키아의 스티븐 엘롭 최고경영자가 3일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업링크 콘퍼런스’에서 스마트폰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블룸버그뉴스

남아 있는 우리 편은 누구?

이도 저도 안 되자 노키아는 인적 쇄신에 나섰다. 작년 9월 칼라스부오 CEO가 사업 부진과 주가 폭락의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올릴라 이사회 의장도 내년 주주총회를 끝으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노키아는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스마트폰과 운영체제를 독자적으로 개발하던 전략을 바꿔 다른 회사와 제휴도 시도했다. 하지만 이미 삼성전자와 모토로라 등 주요 스마트폰 업체들이 구글과 연합해 애플과 맞서고 있었다. 남은 동맹군은 마이크로소프트(MS)밖에 없었다. MS는 세계 최대의 소프트웨어 회사지만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변변한 제품을 내놓지 못해 죽을 쑤는 처지였다. 노키아는 아쉬운 대로 MS의 손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

MS에서 소프트웨어 사업을 총괄했던 스티븐 엘롭(Elop)이 노키아의 신임 CEO로 영입돼 양측의 제휴를 주도했다. 캐나다인인 그는 노키아의 145년 역사상 첫 외국인 CEO다. 이에 대해 구글의 빅 군도트라 부사장은 "칠면조 2마리가 모인다고 독수리가 되느냐"면서 양측의 동맹을 평가절하했다.

모두 버렸더니 남은 게 없네

엘롭은 지난 2월 "불타는 배에서 뛰어내려라"며 노키아의 주요 자산을 모조리 폐기하는 결단을 내렸다. 20년 넘게 써온 심비안 운영체제를 미련 없이 버리고 MS의 운영체제로 전환하기로 했다. 노키아의 온라인 장터도 MS와 통합하기로 했다.

모든 걸 버리기로 결정했지만 아직 새로운 것을 창조하지는 못했다. MS와 공동 개발 중인 신형 스마트폰은 일정이 계속 연기돼 올 연말 이후에나 나올 예정이다.

그때까지는 폐기 대상인 구형 제품을 계속 팔아야 한다. 머지않아 단종될 게 뻔한 제품이어서 소비자의 관심을 끌기도 어렵다. 노키아 내부에서는 새 CEO의 리더십을 의심하며 "엘롭은 MS가 노키아에 심어놓은 '트로이의 목마(스파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엘롭 CEO는 지난 3일 통신업계 콘퍼런스에서 "우리에겐 아직 역전의 기회가 남아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영국 애버딘자산운용의 버티 톰슨(Thomson) 투자심사역은 "급격히 변화하는 IT(정보기술) 업계에서는 한 번 실수를 저지르면 두 번째 기회를 잡기는 정말 어렵다"며 "노키아는 빨리 회사를 매각하는 것이 최상의 방책"이라고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노키아는 내년까지 10억유로(1조5000억원)를 들여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할 예정이다.

 

-조선일보, 201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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