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관련자료/통계자료

양극화

하마사 2011. 4. 29. 17:35

 

남녀가 첫 만남에서 "어디 사느냐"고 묻는 건 시대마다 의미가 달랐다. 80년대만 해도 서먹한 분위기를 바꿔 보거나 "집에 바래다줘도 되느냐"는 속마음을 에둘러 묻는 말이었다. 산업화가 완성단계에 들어선 90년대부터 그 질문은 곧 집안의 재력을 묻는 말이 됐다. 록밴드 공일오비가 노래 '수필과 자동차'에서 "그 사람이 무얼 좋아하는지보다 어디 사는지가 더 궁금하다"고 한 게 벌써 20년 전 일이다.

▶요즘 인터넷엔 사는 곳에 따라 신분을 8단계로 매긴 '부동산 계급표'라는 게 돌아다닌다. 평당 3000만원 넘는 서울 강남구는 '황족(皇族)', 평당 2200만~3000만원인 서초·송파구는 '왕족(王族)'이란다. 평당 1400만원 이하 동네들은 중인, 평민, 노비로 매겼다. 우스갯소리를 넘는 비아냥이 배어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엔 임금 차별만 있는 게 아니다. 비정규직이 더 많은 부산 조선업체의 정규직들이 몇 년 전 "통근버스에 앉을 자리가 없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회사는 통근버스 앞자리(1~23번)는 정규직에, 뒷자리(24~45번)는 비정규직에 배정했다. 버스 좌석에 흑백 차별을 뒀던 60년 전 미국을 연상시킨다. 울산지역 정규직의 75%가 정규직 배우자를, 비정규직의 53%가 비정규직 배우자를 얻는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특히 비정규직 남자의 79%가 비정규직 여성과 결혼했다.

국세청이 종합소득세를 많이 신고한 상위 20%의 1인당 소득이 1999년 5800만원에서 2009년 9000만원으로 55% 급증했다는 통계를 냈다. 하위 20%는 오히려 306만원에서 199만원으로 35% 줄었다. 근로소득세를 기준으로 한 2009년 직장인 소득 상위 20%의 평균 연봉은 7680만원으로, 하위 20%의 1480만원보다 6200만원이나 많았다. 우리 사회의 양극화가 자영업자나 월급쟁이 모두 깊고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양극화가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대결로 끝나지 않으려면 정부는 '정책'으로, 부자들은 '나눔'으로 벌어진 틈을 메워야 한다. 재벌들이 주식배당금으로 수천억원을 벌었다는 기사를 보는 서민들의 입에선 감탄과 한숨이 함께 터져나온다. 그러나 정부·여당은 내년 선거 때 포퓰리즘이 판칠 것이라는 걱정만 하고 있다. 양극화를 멈출 열쇠를 쥐고 있는 사람들의 현실 인식이 너무 안일해 보인다.

 

-조선일보, 2011/4/27